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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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40

2019.5
#봄내를 즐기다
명예시민기자가 만난 우리 이웃
왕눈이 가족 전시회 연 박종숙 씨
95세 어머니 작품부터 6세 손주 작품까지



그림을 곁들인 수필집, 서예, 자수, 전각, 가방, 의류, 색소폰, 사진….

언뜻 일방적 나열인가 싶지만 교집합이 있다. 모두 한 집안 가족들의 작품이라는 것. 지난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열린 박종숙 출판기념 수묵화전과 왕눈이 가족전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호수지기’가 이름 앞에 붙어있는 명함을 건네며 자신을 소개하는 박종숙(69세) 씨를 만났다.

“95년에 첫 수필집을 냈는데 수필집 제목이 호수지기 였어요.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춘천을 지키고 살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영락없는 춘천토박이다. 90년에 수필로 등단을 한 박종숙 씨는 첫 수필집을 낸 이후 3년마다 한 번씩 꾸준히 작품발표를 했다. ‘시선 그 너머’는 벌써 11번째 수필집이며 첫 화문집이다.


“저희 어머니가 올해 95세에요. 서예를 하시면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연세도 많고 팔을 다치면서 접으셨죠. 어머니 집에 아직 작품이 꽤 있는데 아깝더라구요. 90세 때 전시회를 열어드리고 싶었는데 그때 못해서 이번에 가족전의 형식으로 열게 되었지요. 저희 가족들이 다 눈이 커서 왕눈이 가족 전시회로 이름을 정했어요.”


이번 전시회에 가족이 총출동하게 된 배경이다. 어머니 엄기정 씨는 한국추사서예협회 고문으로도 활동했던 한문서예의 베테랑이다. 가족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박종숙 씨는 6남매 맏이의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동생 박은순 씨는 전각, 박종범 씨는 수필, 박종선 씨는 시조, 제부이자 사진가인 심장섭 씨는 사진, 큰 딸 조은영 씨는 자수 작품, 셋째 딸 조민선 씨의 가방과 의류, 올해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조카 박소정 씨의 디자인 작품에다 외손주 6명의 작품까지 모았다. 약 80여 점의 장르를 망라한 다양한 작품이 한곳에 모였다.



박종숙 <산수유 마을>



모든 집안마다 나름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박종숙 씨의 가족들은 모이면 장기자랑을 하고음악파티가 열린다. 가족전체가 예술성, 감수성을 갖고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몇 년 동안 적금을 들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옴에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이번 전시 오픈상을 차렸고 조그마한 선물과 화문집을 나눠드렸어요.”


모든 일을 해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의 나이를 맞이한 박종숙 씨는 올해 중요한 일을 맡았다. 강원도문인협회장으로 강원문단을 이끌어야한다. 문화원의 문예창작반 강의에 50대 후반부터 시작한 한국화 작품 활동까지 끊임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편안하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를 하는 박종숙 씨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예술적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과 예술. 그 이름만으로 푸른 5월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