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지금도 어딘가에 있대.
그러나 옛날처럼 함부로 날뛰지는 않아.
어처구니들이 또다시 꾀를 내어 잡아갈지 모르거든. 어처구니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하늘나라 임금님이 모두 잡아다가 벌을 주었어.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가서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했단다.”
언뜻 보면 옛이야기인 줄 착각을 일으킬 만한 그림책, 어처구니 이야기. 작가는 가끔 독자들로부터 원래 있던 옛이야기 아니냐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기도 한대요.
이 그림책은 옛 궁궐 추녀마루 끝에 올라앉은 ‘어처구니들’이 주인공입니다. 말썽만 부리는 어처구니들에게 하늘나라 임금님이 ‘손’이라는 못된 귀신을 잡아오면 그동안 지은 죄를 모두 용서해주겠다고 하지요. 맏형 격인 대당 사부는 하늘도서관 책에서 찾은 비법으로 각각의 역할에 맞는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손은 결코 녹록지 않은 상대.
다른 어처구니들은 임무를 완수했지만 엄나무로 밧줄을 만들기로 한 손행자가 귀찮다는 이유로 줄 끄트머리를 두릅나무로 엮는 바람에 손은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그 후 어처구니들은 임금님에게 벌을 받아 궁월 추녀 마루 끝에 올라가서 손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게 됐다고 하는데….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어처구니, 손, 엄나무, 드므, 고구려벽화, 오방색 등)를 다시금 발견합니다. 책말미에는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졌지요. 날씨 따뜻해지면 아이 손 잡고 고궁 나들이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제11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글·그림) 부문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