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작가에게 전시공간 제공하는 카페
애막골에서 만천리로 넘어가는 새벽시장길 중간쯤에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카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양화, 때로는 수채화가 사람들을 반긴다. 어느 때는 도자기와 판소리, 재즈 등 전시와 공연으로 커피 향기와 함께 예술이 어우러진다.
이곳에서 풍성한 예술의 향연이 매월 펼쳐지고 있다. 탁자 몇 개가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춘천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의 작품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나와 사람들 곁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고 있는 카페 ‘느린시간’.
박미숙 카페 ‘느린시간’대표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20여 년간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하다 몸으로 배우는 분야를 찾아 3년 전 시작한 카페. 그림 감상과 그림 속의 세계를 상상하는 취미를 갖고 있던 박 대표는 처음부터 카페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었단다.
대량생산된 대중문화가 현대인의 삶을 획일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대한 반발로 우리 지역 작가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박 대표. 그래서 작품 활동을 하지만 비용 등으로 전시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에게 무료로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작가들에게 오히려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시가 계획되면 포스터를 작가 대신 박 대표가 만들어 홍보를 대신하기도 한다. 또한 SNS 등에 작품을 미술평론가나 작가의 시선이 아니라 관객의 시선으로 본 느낌,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이곳 카페에서는 20회의 전시와 2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국화와 수채화, 조각, 도자기 등의 다양한 작품 감상은 물론 리코더와 아코디언, 대중가요와 클라리넷 등의 공연이 철마다 열렸다. 그리고 글쓰기와 드로잉 강좌와 문학과 요리의 만남, 청소년 북클럽과 소설낭독 모임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졌다. 초기에는 작가들에게 2~3개월씩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재작년부터는 한 달씩 개인전으로 전환했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특별한 제한은 없지만 계절이나 장르 등을 고려하는데 희망하는 작가들이 많아 올해 전시는 1월에 벌써 예약이 완료되었단다. 카페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박 대표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스스로가 더 많은 위안을 받는다”고 말한다. 전시와 공연, 강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 못지않게 긴장하기도 하지만 지역의 작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피곤함을 모른다는 박 대표.
지난 연말에는 작가와 작품을 알리고 싶어 자비로 화가의 작품을 달력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작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시는 물론 작품 판매를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다른 이들을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특히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는다면 춘천은 낭만의 도시, 문화예술이 융성한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