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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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6

2018.3
#봄내를 품다
특별기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참가기
세계가 듣는 우리의 노래



우리는 언제 분단되었을까? 해방과 한국전쟁이 언제 터졌는지 모두 알고 있지만 분단이 언제 되었냐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1945년 9월 2일, ‘연합국 최고 사령부 미합중국 육군부대 총사령관 지시 제1호’가 발표된다. ‘북위 38도선 이북의 일본군은 소련군에게 항복하고, 38도 선 이남의 일본군은 미군에게 항복한다.’ 이렇게 ‘삼팔선’, ‘이남’, ‘이 북’이라는 새로운 우리말이 생겨났다. 해방되고 열여드레 만이다. 이어 세계는 냉전체제로 접어든다. 삼팔선에 철조망이 쳐진다.


사람들은 아프고 슬프면 노래를 한다는데, 질곡의 역사를 살아낸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무슨 노래를 불렀을까? 김진묵트로트밴드 콘서트 <꽃 그리고 새>는 꽃처럼 아름답고 새처럼 자유로워야 하는 백성들이 겪은 이야기다. 동학농민전쟁부터 육이오 전쟁까지 우리가 불렀던 노래를 세계인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지구촌에는 아직도 아픔을 겪는 이들이 많다.


강릉아트센터 현장 답사를 갔다. 2월 8일, 북한예술단이 공연하고 난 다음 날이다. 강릉에 들어서니 투명 한 바람 속에 야릇한 흥분이 있다. 세계인 모두가 주시하는 에너지였다. 자원봉사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12월의 설명회에서는 느끼지 못한 기운이다. 즉시 공연 컨셉을 바꾸고 연습 강도를 높였다.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와 연관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비롯하여 각국 선수들이 지금 열전을 펼치고 있다.


2월 17일 오후 5시 30분, 강릉아트센터 소극장. 김진묵트로트밴드 의 <꽃 그리고 새>는 영상과 연극 이 어우러진 총체콘서트였다. 춘천의 연극인 송창언 선생이 나레이터로 나섰다. 역사의 고비마다 박양순 명창의 판소리 도창(導唱)이 들려왔다. 전쟁터에 끌려간 자식의 안위를 비는 어머니와 일본 헌병, 미군장교, 국군, 인민군이 대비된 무대였다.


박예슬, 고명숙, 최은진, 박병훈, 김유준이 9인조 악단과 ‘사의 찬미’, ‘희망가’, ‘황성옛터’, ‘오빠는 풍각쟁이’, ‘비 내리는 고모령’, ‘목포의 눈물’, ‘감격시대’, ‘가거라 삼팔선’, ‘굳 세어라 금순아’ 등 우리 고전가요를 불렀다.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던 청중들이 공연이 진행될수록 조용해지더니 급기야 몇몇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우리 언어로 된 노랫말이 아픈 기억을 불러냈기 때문이리라. 치유의 과정이다. 공연 후반에 신나는 판을 펼쳐 눈물을 닦아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다.


갈채를 보내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자막을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다행스럽게도 <꽃 그리고 새>는 몇 군데 지자체와 기획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이어지는 무대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은 김진묵 트로트밴드에게는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