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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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6

2018.3
#봄내를 품다
노재현의 한소끔
명실이 상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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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출신 김용화 감독의 작품으로 이미 2월 초 관객 1,400만 명을 훌쩍 넘긴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마 ‘착하게 살아라’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착하게 사는 것일까.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것, 부모에 효도하고 가족 잘 돌보는 것, 공동체에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는 것… 일일이 꼽기 힘들 만큼 착하게 사는 방식은 많고도 다양하다.


겉과 속이 같고 언행이 일치하는 삶도 착하게 사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표리부동은 종종 위선을 넘어 거짓이나 사기로 연결되니까. 그런데 험난한 세상에서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협상이나 흥정을 할 때 일부러 본심을 감추고 엉뚱한 조건을 내걸기도 하는데, 이는 ‘전략’인가 ‘부정직’인가. 전략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사람의 성정 자체가 중층적이고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언행일치는 매우 어려운 경지에 속한다. 완벽한 언행일치가 성인에 게나 가능하다면, 일반인은 되도록 말과 행동이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모순된 삶과 이로 인한 죄책감을 <고백록>이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과 같은 저작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알리안차(Alianza) 출판사에서 발간한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표지.

 


유명한 역사 인물들도 언행일치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그런 사례를 대할 때마다 나는 은밀한 고소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예를 들어 가사 ‘면앙정가’로 유명한 조선 문인 송순(1493~1582년)의 시조를 떠올려 보자.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 내니 

나 한 간(間)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10년이나 걸려 세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달과 맑은 바람을 벗한다는, 소위 안빈낙도의 삶을 노래했다. 가난하지만 뜻만은 드높은 선비의 기상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송순의 실제 삶은 반대였다. 그의 분재기(分財記·재산을 상속하거나 분배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에는 8명의 자손에게 노비 150여 명과 10만 평 이상의 논·밭을 나누어 주었다고 적혀 있다. 초려삼간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동화책을 통해 ‘인자하고 청렴한 할아버지’라는 인상이 형성된 황희 정승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축재·간통·뇌물수수를 저질렀다고 쓰여 있다(정적이 날조했다는 설도 있음). 자녀교육 지침서 ‘에밀’을 쓴 장 자크 루소는 젊은 시절 성희롱에 해당하는 ‘바바리 맨’ 짓을 했고, 친자식들을 차례차례 고아원에 보낸 무책임한 아버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미 투(Me too)’ 운동이 한창이다. 검찰이 들쑤셔지고 있고, 한 여성 시인이 남성 원로시인의 성적 일탈을 폭로하는 시를 발표해 문단도 떠들썩하다고 한다. 언행이 서로 다르고 명(名)과 실(實)이 따로 논 탓이다. 이미 선인들이 ‘인파출명 저파비’(人怕出名 猪怕肥,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