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스 샷! 너무 잘 갔다. 이젠 혼자 돌아도 되겠네요.”
춘천 서면의 파크골프장. 발달장애인 참여자가 공을 치자 곁에서 지켜보던 춘천시장애인골프협회 회원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회원들은 ‘러닝메이트’로서 자세를 잡아주고 공을 보낼 방향을 알려줬다. 이날 발달장애인과 협회 회원이 일대일로 짝을 이뤄 파크골프장을 누볐다.
한 사람 곁에 한 사람, 파크골프장의 러닝메이트
춘천시장애인골프협회는 2025년부터 발달장애인을 위한 파크골프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협회 회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참여자와 함께 하는 재능기부 활동이다. 이들은 참여자와 함께 홀을 돌며 자세와 코스 공략 등을 알려주는 ‘러닝메이트’ 역할을 맡는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에는 복지관 이용자들이 보호자나 복지사들과 함께 참여한다.
홍순앙(61) 춘천시장애인골프협회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의 생활체육 참여 기회를 넓히고자 교육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춘천도시공사,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체계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홍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이 꾸준히 운동하려면 지도할 사람뿐 아니라 장비와 시설도 필요하다”며 “협회는 러닝메이트를 구성해 교육을 맡고, 도시공사는 용품과 구장 이용을 지원하며, 복지관은 참여자를 연계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매주 발달장애인 파크골프 수업을 함께한 춘천시장애인골프협회 회원들
왼쪽부터 임상수, 방금녀, 홍순앙, 지금복, 박상금 씨.

박상금 회원이 참여자의 골프채 위치와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9홀에서 18홀까지, 러닝메이트가 지켜본 변화
파크골프는 단순히 걷기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려면 발의 방향을 잡고 하체에 힘을 주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러닝메이트들은 참여자들이 이런 동작을 익히도록 돕는 동시에 작은 변화도 세심하게 살핀다.
1년 넘게 러닝메이트로 활동한 임상수(72) 회원은 “처음에는 9홀도 돌기 힘들어하고 말수도 적었다. 그런데 몇 달을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18홀도 돌고, 먼저 질문하거나 말을 걸기도 한다”며 “체력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한 지금복·방금녀·박상금 회원도 참여자들의 자세를 살피고 공이 향할 방향을 알려주며 곁을 지켰다. 매주 만나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러닝메이트와 참여자들 사이에도 친밀감이 쌓이고 있다.
춘천의 사람과 공간이 함께 만드는 생활체육
한 참여자의 보호자는 “장애인과 가족도 좋은 체육시설에서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며 “처음에는 보호자로 동행했지만, 지금은 나도 러닝메이트들에게 골프를 배우며 함께 홀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숙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보호자들도 파크골프를 함께 배우고 있다”며 “무엇보다 발달장애인들이 다른 시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공을 치는 자세와 방향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제는 참여자들이 먼저 말을 건네고, 9홀도 힘들어하던 이들이 18홀을 거뜬히 돈다. 매주 수요일 파크골프장에서 함께 걷는 시간만큼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