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 작품에 관해 설명하는 동안 심사 위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간의 고생이 한꺼번에 녹아내렸어요.” 이지호 군이 지난여름, 중국에서 보낸 닷새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춘천고 과학동아리는 4개 팀을 꾸려 올해 8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글로벌 발명대회에 참가했다. 이지호(17), 이동욱(17), 이윤수(17) 군 등 1학년 학생 3명으로 구성된 생동회 팀은 이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았다. 춘천고 소속으로 참가한 4개 팀, 12명이 1등 상 2개와 2등 상 2개를 나란히 품에 안으며 춘천의 저력을 보여줬다.
몸속을 누비는 작은 로봇
발명대회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기술이다. 생동회팀은 아주 작은 나노로봇을 몸속에 투입해 암을 일으키는 인자를 찾아내고, 그 인자를 없애는 의료 기술을 작품에 담았다. 이동욱 군이 아이디어를 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기술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진단에서 치료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길고 복잡하다. 생동회팀은 이 지점에 주목해 암세포를 찾아내고 없애는 과정을 더 간편하게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머릿속 구상을 작품으로 옮기기 위해 셋이 역할을 나눴다. 이지호·이동욱 군이 로봇의 움직임과 판단을 이끄는 알고리즘을 설계했고, 이윤수 군은 심사 위원과 관람객이 내용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 자료로 만들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방과 후 과학실의 불은 매일 늦게까지 꺼질 줄 몰랐다.
세계 친구들 앞에 선 닷새
학생들의 글로벌 발명대회 참가는 춘천시 우호 도시인 난양시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림 교류전과 유소년 축구대회로 이어온 두 도시의 인연이 과학과 교육 분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 뜻깊다.
생동회팀은 5일간 전 세계 또래들과 소통했다. 중국 전역에서 1만 명 넘는 학생이 모였고, 불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조지아 등 여러 국가의 청소년들이 함께했다. 생동회팀은 이 자리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대회를 참관하던 한 중국 기업인은 아이디어를 칭찬하며 “관련 기업들과 이어주겠다”고 생동회팀을 격려했다.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세상과 닿을 수 있음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수상자 발표 때 셋은 말없이 서로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넓어진 시야, 새로 그린 꿈
이번 대회는 생동회팀이 진로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거듭났다. 생명과학에 꿈을 품어온 이지호·이동욱 군은 바이오 연구자로 살아갈 미래를 또렷하게 그리게 됐다. 이윤수 군은 “다른 나라 참가자들의 작품을 보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 학생은 작품을 더 다듬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도를 맡은 김혁(36) 교사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교사는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도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대견했다”며 “대회에 다녀온 뒤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힘이 좋아졌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이어 “지역이 열어준 교류의 문이 학생들에게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됐다”며 ‘교육도시 춘천’에 감사를 전했다.
생동회팀은 도전을 앞두고 망설이는 또래들에게 입을 모아 “일단 시작하면 생각보다 훨씬 멀리 갈 수 있다”고 응원했다. 춘천에서 싹튼 작은 아이디어가 세계 무대에서 꽃을 피웠듯, 학생들이 그려갈 다음 이야기도 더 넓은 곳을 향해 뻗어 나가기를 응원한다.

올해 8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글로벌 발명대회에서 1등 상을 받은 춘천고 과학동아리 생동회팀.
왼쪽부터 이동욱, 이지호, 이윤수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