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끝나자, 앞을 보지 못하는 한 어르신이 봉사단을 불렀다. “소리로만 들었는데도 연주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어요.” 서면의 한 요양원을 찾은 천사가족봉사단이 관객에게 받은 인사다. 세 살 아이부터 일흔 살 어르신까지 가족 단위로 모인 단원들은 한 달에 두 번, 악기를 들거나 때론 봉사 조끼를 입고 지역사회 곳곳을 찾아간다.
나눔을 위해 무대에 선다
함께 바이올린 레슨을 받은 이들이 해마다 공연을 꾸리던 모임에서 2013년 천사가족봉사단이 출발했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가족이 하나둘 모이며 정기적으로 활동에 나서게 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을 돕는 천사의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자’는 뜻을 담아 단체 이름을 지었다. 지금은 15가족, 40명가량이 함께 활동한다.
핵심은 ‘음악으로 나누는 사랑’이다. 매년 3·5·7·8·12월 연주회를 열고, 춘천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요양원과 복지원을 찾아간다.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색소폰, 리코더가 어우러진다. 현장에선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동요와 트로트, 계절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선보인다. 관객이 따라 할 건강 체조도 준비한다. 공연을 앞두고는 숙소를 마련해 합숙하며 연습하기도 한다. 지역의 복지시설을 꾸준히 찾다 보니 춘천시립복지원 어르신들은 이제 단원들의 얼굴을 먼저 알아보고 반겨준다.

천사가족봉사단은 음악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에 온기를 전한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천사가족봉사단을 통해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악기를 내려놓은 날에는 조끼를 맞춰 입고 주요 관광지 근처 환경 정화에 나선다. 각지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주말마다 시간을 맞춰야 하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다.
받는 것이 더 많은 음악 봉사
남지요(36) 성림초 교사는 배우자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매번 봉사에 참여한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해왔지만, 그에게도 자녀와 함께하는 봉사 시간은 남다르다. 남지요 교사는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봉사와 나눔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며 “자녀에게 봉사의 의미를 알려주는 동시에 공동체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천사가족봉사단에는 3대가 함께하는 가족도 있다.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손주들까지 악기를 통해 감동을 만들어 내고, 그 온기를 이웃에게도 전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봉사해 온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악기를 놓지 않고 대를 이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봉사단의 바람이다. 단원들은 “가족 봉사 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나눔에 나서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어르신은 소리만으로도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차렸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좋겠다”는 이웃의 바람에 답하듯, 오늘도 춘천의 어느 집에서는 아이와 부모가 나란히 악기를 들고 다음 봉사 활동을 위해 멜로디를 맞춰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