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430

2026-11
#오래오래 가게
변하지 않아서 더 반가운 춘천의 노포들
고장난 기분을 고쳐주는 '소영 자동차'
변하지 않아서 더 반가운 춘천의 노포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소영 자동차의 입구


고장난 기분을 고쳐주는 ‘소영 자동차’


2025년 어느 봄밤

집 근처 공터에서 차를 후진하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박았다. 한때 입간판 좌대였던 낮은 구조물이 백미러 사각에 있었던 거다. 비현실적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지만 도무지 매사에 집중이 안 되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2025년 어느 봄밤이었다. 뒷 범퍼 오른쪽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정비공장에 갔다. 견적이 170만 원 나왔다. 돈도 없었지만 팔아봐야 300만 원도 안 줄 것 같은 고물차에 170만 원짜리 범퍼를 단다는 건 개 발에 편자를 다는 꼴이다.


돌아 나와 인맥을 동원했다. 어려울 때 필요한 게 인맥 아닌가. 한 후배는 장안평 친구에게 알아보겠다고 했고 한 후배는 중고 자동차 중개하는, 나도 아는 후배에게 사정을 말했다.


장안평에선 70만 원에 고쳐주겠다는 답이 왔고 중고차 중개하는 후배는 전화로 근화동의 한 정비소를 소개했다. 상호는 기억 못 한다며 주인 인상까지 곁들여 소상하게 위치를 알려 줬다. 주인은 60대 후반쯤 됐고 어느 만화에선가 본 듯한 친근한 캐릭터란다. 다행히 자주 다니던 길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소영 자동차’였다. 20세기 말에서 시간을 멈춰 세워 놓은 것 같은 아날로그 정비소였다.


35년 째 자동차를 고쳐온 김만영 씨


바느질 자국처럼 남은 범퍼 수리의 흔적


자동차를 꿰매다

수리할 부분을 대충 살펴본 주인이 말했다. “꼬매는 수밖에 없겠수. 표는 나겠지만 유심히 보지 않는 한 잘 모를 거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양말을 꿰매 신고 신발도 꿰매 신고 옷도 꿰매 입어 봤지만 다 늙어 자동차도 꿰매 타고 다니게 될 줄이야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주인은 뚱뚱한 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차 밑으로 누워 들어가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가는 케이블 타이로 꿰매는 거였는데, 케이블 타이가 끊어지고 또 끊어지곤 했다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간난신고 끝에 꿰매기가 끝났다. 실리콘으로 틈을 메우고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봐 줄 만 했다. 보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진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웃을 것 같았다. 자동차 꿰매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수리비가 6만 원이다. 만 원을 얹어 7만 원을 줬다. 170만 원짜리를 7만 원에 산 셈이다. 163만 원을 순식간에 번 거다. 주인이 마법사처럼 보였다.


다시 찾은 ‘소영 자동차’

노포 얘기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바로 ‘소영 자동차’를 떠올렸다. 그곳을 다시 찾은 건 10월 중순의 어느 낮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 눈부셨다. 주인은 경차를 고치고 있었다. 주인에게 찾아온 용건을 말하고 정비소 구석구석을 살폈다. 모두 오래된 것들이었다. 새 것이라곤 스프레이 페인트밖에 없었다. 경차 고치러 온 6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여자가 내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공장에서 30만 원 견적 나왔는데, 폐차장에서 떼온 부품 써서 5만 원에 고치고 있어요 주인이 참으로 양심적이고 착한 사람이에요”



사무실 벽엔 주인이 직접 쓴 것 같은 ‘열심히 하면 된다’ 라는 표어가 비스듬히 걸려있었다. 열심히 하면 되는 세상은 벌써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다니 괜히 흐뭇해 웃었다. 주인 김만영 씨는 1960년생이고 춘천 토박이다. ‘소영 자동차’는 그가 31살 되던 1990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35년째다. 싸게 고쳐준다는 입소문이 나 주로 서민들이 찾는 곳이다. 김만영 씨가 정비사가 된 계기도 서민적이다. 고등학교 시험에 떨어지자 어머니가 바로 정비학원에 보내더란다. 그때가 열일곱 살이었단다. 그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자동차를 떠나지 않았단다. 손님들이 만족해하면 절로 힘이 난단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무실


원로 정비사 김만영 씨가 오래오래 서민들의 망가진 기분을 고쳐줄 수 있기를 빌며 돌아오는 길, 벚나무 낙엽들이 꼬맹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내 차 꽁무니를 쫓아오고 있었다. 꿰맨 뒷 범퍼를 보았나 보다.


소영자동차

 🎯 위치: 영서로2452번길 10 

☎ 전화: 257-4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