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주짓수 챔피언’ 박종화 앤트짐 관장(가운데 파란 도복)은 춘천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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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란?
주짓수는 타격 없이 상대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겨루는 운동이다. 일본 유도 기술이 20세기 초 브라질에 전해진 뒤 현지 무술과 결합해 발전했다. 상대 반응을 살피고 다음 기술을 연결해야 하기에 ‘몸으로 두는 체스’라고 불린다.
김민재(14) 군이 ‘아시아 주짓수 챔피언’ 박종화(36) 앤트짐 관장과 매트 위에서 기술을 주고받았다. 다리를 걸어 움직임을 제어하더니 몸을 회전해 등 뒤를 노렸다. 데라히바 가드(상대 다리를 걸어 제어하는 자세)에서 베림보로(몸을 회전해 등 뒤를 노리는 기술)로 이어지는 동작이다. 민재 군은 이 기술을 실제 경기에서도 활용한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 새 삶이 되다
박종화 관장은 선수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체육관을 운영하며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회원 50여 명에게 주짓수를 가르치고 있다. 2015년, 강원대 수학교육과에 다니던 그는 제대 후 주짓수를 시작했다. 체구가 작고 운동신경도 뛰어나지 않았지만 기술을 익히면서 운동의 재미를 알아갔다.
박 관장은 “체격이 큰 상대를 관절기로 제압했을 때 쾌감이 컸고,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며 “그 재미에 빠져 계속 운동하다 보니 주짓수를 업으로 삼고 싶어졌다”고 회상했다.
사범으로 경력을 쌓은 뒤 2023년 체육관을 열었고, 선수로서 도전도 이어갔다. 올해 7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국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IBJJF·International Brazilian Jiu-Jitsu Federation) 주최 ‘2026 아시안 주짓수 챔피언십’ 블랙벨트 마스터1 라이트페더급에서 우승했다. 주짓수는 선수로서의 성취뿐 아니라 소중한 인연도 남겼다.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하다 아내를 만났고, 지금은 14개월 된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박 관장은 올해 7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감시자’ 아빠, 두 아들의 운동 친구로
김영민(43) 씨와 두 아들 민재 군, 민성(11) 군도 앤트짐에서 함께 운동한다. 형제의 수련 경력은 약 3년, 아버지는 10개월 정도다. 매트 위에서는 두 아들이 선배인 셈이다. 김 씨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주짓수를 적극적으로 권했다”며 “스스로 몸을 지키는 능력과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 맡은 역할은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이 운동을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일종의 ‘감시자’였다. 아들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주짓수의 매력을 알아가던 아버지는 직접 도복을 입었고, 지금은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김 씨는 새벽 5시면 집을 나선다. 피곤한 날도 있지만 퇴근 후 일주일에 두세 번 두 아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기술을 하나씩 익히는 재미와 운동 후의 개운함이 체육관을 찾는 이유다. 그는 “아들과 함께 주짓수를 한다고 하면 위험하지 않은지 묻는 분들이 있지만, 관장님 지도 아래 상대 반응을 살피고 힘을 조절한다”며 “신호를 보내면 기술을 바로 멈추고, 다치지 않게 배려하자는 약속이 있어서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김영민 씨는 두 아들과 함께 주짓수를 훈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성 군, 김영민 씨, 김민재 군.
매트 위에서 쌓는 자신감, 다음 도전으로
주짓수는 기술을 익히고 실패를 반복하며 다시 도전하는 운동이다. 수련을 거듭할수록 몸이 단단해지고 새로운 기술을 해내며 자신감과 끈기도 쌓인다. 박종화 관장의 도전도 계속된다. 선수로서 아시아 정상에 이어 세계 무대를 바라보고, 지도자로서는 더 많은 제자에게 주짓수의 매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김영민 씨 가족도 각자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첫 패배를 성장의 계기로 삼은 민재 군은 동생 민성 군과 함께 강원도 대표선수로 선발돼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 중이다. 아버지 김영민 씨에게도 블랙벨트에 도전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도전은 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각자 체력과 수준에 맞춰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생활체육으로서 주짓수가 가진 매력이다. 춘천시주짓수회는 성인 무료 강습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시민에게 주짓수를 알리고 있다. 최석순 춘천시주짓수회 전무이사가 운영하는 유타짐과 박 관장의 앤트짐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주짓수 체험을 운영한다.
박종화 관장은 “주짓수를 함께 즐기는 가족이 춘천에 더 많아지길 바란다”며 “운동을 통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서로 응원하며 화목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