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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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9

2019.4
#봄내를 품다
춘천의 향토문화유산 4
의암리 옷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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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의 옷바위(衣岩)를 아시나요

출처 입력





신동면 의암리 마을이름의 어원이 되었던 전설 속의 옷바위(衣岩)를 찾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이라 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난지 여러 날이 되었음에도 춘천의 봄은 더디기만 했다. 다가오지 않은 봄을 찾아 의암댐 주변의 실개천인 팔미천으로 달려갔다. 찬바람 속에서도 활짝 핀 버들강아지의 자태는 이미 봄이 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을 찾은 목적은 따로 있었다. 지난 1월호 문암 기사를 읽은 분이 인터넷상에서 문암을 옷바위라고 소개한 걸 보았는데 어떤 것이 맞느냐고 질의를 하셨다. 그분에게 해명을 하고 나니 진짜 옷바위는 과연 실존하는 바위인지 아닌지가 궁금했다. 의암리, 의암댐 등 아무렇지도 않게 호칭하던 지명이었으나 옷바위의 실제 여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었다.


마을이름은 역사로서 그곳에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양식, 사고, 가치관, 그리고 자연관이 함축되어 담겨있다. 이처럼 지명은 지표상에 켜켜이 쌓인 흔적을 대변할 수도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옷바위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동면 의암리 마을을 찾아 이장님과 노인회장님 그리고 마을 원로들을 만나 귀동냥을 했다. 하지만 토박이로 살아오신 그분들에게서도 시원한 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그저 을축년(1925) 대홍수, 몇 차례의 댐 수문개방으로 이 일대가 침수될 때 옷바위는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잊혀진 상징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옷바위가 있던 장소와 그 바위의 추억담 몇 저름은 건질 수 있었다.


다행히 마을을 가르며 흐르던 팔미천 한가운데 있던 바위를 옷바위로 불렀다는 것만은 모두 동일했다. 윗 옷바위(上衣岩), 아래 옷바위(下衣岩) 마을이 있었다는 옛 기록으로 보아 옷바위를 중심으로 마을이 구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옷바위를 품고 있던 팔미천은 지금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개울이다. 본류인 북한강에 합류하기 직전에 위치했던 옷바위 주변은 수심이 얕고 수온이 차지 않아 즐겨 찾던 곳이라 했다. 낮에는 주로 남정네들이 멱을 감으며 천렵을 했고, 저녁 무렵부터는 아낙네들과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한다.


옷바위는 가로 7m, 세로 10m 정도의 큰 너럭바위로 수면에서 60~100cm정도의 높이라서 이곳에 옷을 벗어놓고 물놀이와 휴식장소로 이용했다고 기억했다. 원주민들의 뇌리에서조차 사라져 가는 옷바위를 찾아보려고 노인들께서 알려주신 장소를 몇 번인가 오르내리며 기웃거렸다. 그 부근에 상부 일부만 보이는 너럭바위 몇 점이 보였다. 혹시 하는 마음에 촬영한 사진을 보여 드렸더니 옷바위가 맞다고 증언해 주시면서 그 동안 잊고 있던 옷바위를 찾았다며 반가워들 하셨다. 주변지형 변화로 하부가 묻힌 채 상부만 보여 본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을이름의 어원인 옷바위(衣岩)를 찾았다는 기쁨에 환호했다.


마을 이름이 갖는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연 지리적 요소가 반영된 마을 이름은 끈질긴 생명력을 갖기에 그 의미가 크다. 마을이름은 주변 환경에 따른 자연 적 형태나 소재한 대상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예가 많다. 마을 이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돌 하나가 마을이름이 된 이곳, 의암리(衣岩里)라는 한자이름보다 ‘옷바위 마을’이라는 한글이름이 얼마나 정겹고 친근한가.


아이들과 땅이름(地名)이 우리의 생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자. 또 내가 사는 마을 이름과 학교 이름의 어원(語原)과 배경을 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애향심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글·사진 심창섭(본지 편집위원 · 전 춘천문인협회장)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춘천시청에서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다 2006년 정년퇴직 후 수필가 및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사라져 가는 춘천의 풍경과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저서로 포토에세이 <때론 그리움이 그립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