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2월이면 봄내중 축제 ‘봄봄제’에 조금 특별한 판매대가 차려진다. 목도리와 가방, 모자, 수세미, 키링(열쇠고리)까지 모두 선생님들이 직접 손으로 뜬 작품이다. 2년 간 이 판매대에서 나온 수익금 150만 원은 고스란히 열다섯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아갔다. 봄내중 교직원 뜨개 동호회 ‘뜨개해봄내’ 이야기다.

‘뜨개해봄내’에서 만든 다양한 뜨개 작품들
‘나’를 다시 마주하게 한 뜨개질
동호회 회장을 맡은 주은현(40) 교사는 2017년 처음 바늘을 잡았다. 육아와 학교생활에 치여 자신을 위한 시간이 사라졌다고 느끼던 무렵, 동료 교사의 권유로 뜨개 공방을 찾았다. 만들었던 실을 풀고 또 떠내길 반복해도 힘들지 않았다. 주 교사는 이 시기를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24년, 뜨개질을 즐기던 봄내중 교사들이 서로의 작품을 내보이며 모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춘천교육지원청 직장동호회로 선정되며 ‘뜨개해봄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교직원 30명이 함께한다.
“이거 선생님이 만드셨어요?”
뜨개 작품 판매액을 장학금으로 내놓자는 생각은 교사들의 취미가 제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 한 회원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봄내중 교직원 동호회 ‘뜨개해봄내’는 뜨개질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작품을 나눠주는 대신 판매해 수익금을 전하기로 하자 작업에 들이는 정성도 달라졌다.
장사를 해본 회원은 아무도 없었지만, 판매를 시작하니 모두 열띤 상인이 됐다. “우와, 이거 선생님이 만드셨어요?”라며 관심을 보이는 제자의 말과 뜨개질을 배우고 싶다며 찾아오는 학생에 관한 기억은 매출보다 오래 이들의 마음에 남았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키링, 뜻밖의 인기 상품은 겨울 모자였다. 친한 친구끼리 같은 모자를 골라 ‘우정템’으로 나눠 쓰기도 했다.
첫해 판매 수익금 30만 원은 학생 3명에게, 이듬해 120만 원은 더 많은 학생에게 전해졌다. 재료비를 뺀 순수익은 학교발전기금을 통해 담임교사와 학년 부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에게 10만 원씩 돌아갔다. 교직원들이 시간을 내어 만들고 학생들이 구매하며 함께 만들어낸 자산이기에, 장학금은 액수 이상의 감동으로 남았다.
포근한 실처럼 온기 스며들길
지난 겨울, 봄내중 기술·가정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뜨개질로 목도리와 담요를 만들었다. 뜨개가 취미가 된 아이들은 완성한 작품을 들고 와 선생님들에게 자랑한다. 뜨개를 배워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며 동호회를 찾아오는 교직원들도 늘어났다.
‘뜨개해봄내’의 목표는 올해 연말 봄봄제를 통해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나누는 선한 영향력이 학생들의 마음에 포근한 실처럼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눔이 꼭 큰 액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작품을 만들어 재능을 기부하는 회원이 있고, 그 작품을 사는 방식으로 동참하는 이들이 있다.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일을 옆 사람과 이웃을 위해 실천하는 것. 봄내중 교사들이 뜨개질을 통해 뜨겁게 경험한 나눔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