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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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9

2026-10
#스포츠도시 특집
선수의 꿈에서 가족의 취미까지, 춘천과 더 가까워지는 ‘펜싱’
꿈을 키우고 함께 즐기는 펜싱이라는 세계
전국 무대에 도전하는 꿈나무부터 함께 운동 하는 가족까지. 춘천 펜싱의 오늘을 만난다.


선수의 꿈에서 가족의 취미까지, 춘천과 더 가까워지는 '펜싱'


“처음에는 ‘내가 더 오래 했는데 왜 졌지?’ 싶었어요. 그런데 이내 ‘누리가 그만큼 열심히 했구나’ 하는 대견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춘천스포츠클럽에서 펜싱을 배우는 이은섭(46) 씨에게 딸 이누리(11) 양과의 첫 대결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평소 수업 시간이 달라 칼을 맞댈 일이 없었지만, 코치의 제안으로 부녀가 마주 섰다. 체격과 실력 차이를 고려해 핸디캡을 두고 치른 경기에서 누리가 아빠를 제쳤다. 누리네는 엄마 한주형(48) 씨까지 세 식구 모두가 펜싱을 즐긴다. 가족이 함께 배우는 종목은 사브르다.


아빠에서 딸로, 엄마에게까지 이어진 칼끝

가족 중 가장 먼저 펜싱을 시작한 사람은 아빠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22년 춘천으로 이주한 이은섭 씨는 검도를 배운 경험이 있어 펜싱에도 늘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딸이 다니던 수영장 아래층에 펜싱클럽이 들어선 것을 보고 2023년 9월 선뜻 문을 두드렸다. 아빠의 운동을 곁에서 지켜보던 누리가 흥미를 느껴 이듬해 6월 합류했고, 두 달 뒤에는 엄마 한주형 씨까지 합세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춘천스포츠클럽에서 함께 칼을 겨누고 있다.


낯선 춘천 생활에서 만난 펜싱은 이 씨에게 삶의 활력이 되는 꾸준한 취미가 됐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공격할지 반격할지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쾌감에 빠져, 지금은 성인부 동호인 대회에도 출전한다.


가족이 함께 땀을 흘리며 건강의 변화도 찾아왔다. 아빠 이 씨는 자연스럽게 체중을 감량했고, 엄마 한 씨는 이전보다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처음에는 한 시간 반 수업 중 10분만 뛰어도 숨이 차서 쉬어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수업 전 과정을 거뜬히 소화할 만큼 체력이 올라왔죠. 정해진 날 함께 운동하니 가족이 규칙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같은 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대화 주제도 풍성해져서 좋아요.”


취미로 시작한 펜싱, 전국 무대까지

가족이 함께 즐기기 시작한 펜싱은 누리에게 전국 무대를 경험하는 기회로 넓어졌다. 심화반에서 기량을 다진 누리 양은 올해 5월 부산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강원 대표로 출전해 여자 초등부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체전은 동료들과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공수 작전을 세운다. 작전이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숫자로 약속한 신호를 주고받기도 한다. 흔히 펜싱을 개인 종목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단체전만큼은 서로의 흐름을 읽고 합을 맞추는 팀워크가 핵심이다.


“친구들과 상대 선수를 분석해서 어떤 공격을 할지 정해요. 약속한 작전이 맞아떨어져 점수를 냈을 때 정말 좋아요. 경기장까지 찾아와 응원해 준 엄마 아빠 덕분에 큰 힘을 얻었어요.”


생활체육에서 엘리트 선수 육성으로

춘천스포츠클럽에는 취미를 넘어 전문선수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과정도 갖춰져 있다. 초등부는 취미반, 심화반, 선수준비반으로 나뉜다. 선수준비반을 이끄는 장덕규(35) 감독은 강원체육중학교 펜싱 지도자를 겸하고 있다.


2015년 춘천에 부임한 장 감독은 당시 지역 인프라가 열악했던 사브르 종목을 개척하기 위해 육상이나 수영, 태권도 대회를 찾아다니며 학생을 발굴했다. 2017년 춘천스포츠클럽에 펜싱 프로그램이 개설된 이후에는 클럽에서 기량을 다진 뒤 강원체중으로 진학하는 선수들도 생겨났다. 남학생 위주였던 강원체중 사브르팀에 여자부가 창단된 것도 이 같은 저변 확대 덕분이다.


현재 3명의 여자 선수가 훈련하고 있으며,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강원체중 선수들이 남녀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 장 감독은 “클럽에서 자란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지역에 남아 계속 선수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는 향후 대학팀이나 실업팀 같은 연계 기반이 더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브르 훈련 중인 강원체육중학교 선수들


누구나 시작해 오래 즐길 수 있는 펜싱

펜싱은 민첩한 발놀림과 체력이 필요한 동시에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순간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판단해야 하는 운동이다. 펜싱은 전문 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으로 즐길 수 있다. 춘천스포츠클럽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펜싱을 즐긴다. 장 감독은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일단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처음부터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칼을 잡고 직접 뛰며 재미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생활체육으로 오래 즐길 수도 있고, 꿈을 키워 전문 선수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누리네 가족에게도 펜싱은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삶의 일부가 됐다. 아빠 이은섭 씨는 앞으로의 소망을 전했다. “제가 60대가 돼서도 이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누리가 성인이 돼서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가족끼리 함께 운동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누군가에게는 선수로 성장하는 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오래 함께하는 취미가 된다. 펜싱은 그렇게 춘천에서 선수와 시민을 잇는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장덕규 감독과 강원체중 펜싱 선수들




* 이누리 양과 장덕규 감독이 활동하는 춘천스포츠클럽·강원체중 펜싱팀의 주 종목은 사브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