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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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9

2026-10
#봄슐랭가이드
로컬푸드 사과편
이젠 춘천 사과가 전국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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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코카서스를 원산지로 하는 사과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유럽을 거쳐 다양한 품종으로 발전해 전 세계로 뻗어갔다. 국내에선 개화기 이전까지 중국에서 유래한 재래종 능금을 먹었고, 개화기에 유럽종 사과가 들어왔다. 현재 일상적으로 먹는 사과는 1880년대 이후 서양 선교사와 일본 농업 이민자들에 의해 도입된 품종이다. 1899년 우드브리지 존스 선교사가 미국에서 묘목을 들여왔고 이를 계기로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유럽종 사과나무가 보급됐다.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적정 온도가 필요하다. 기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확량이 떨어지거나 품질이 나빠진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자라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호냉성(好冷性) 작물이다. 7도 이하에서 1,200~1,500시간 머물러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30도가 넘으면 과실의 호흡이 멈춰 낙과하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 30년간 경남과 전북, 제주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현재 재배 체계가 유지되는 동시에 기후 변화가 나타난다면 2090년대에는 고품질 사과 재배 가능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해 위도가 높은 강원도가 ‘사과 재배 적지’가 될 수 있다.


춘천 사과가 맛있는 이유는 ‘적절한 온도’에서 찾을 수 있다. 생육기 온도가 식감과 색깔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춘천의 연평균 기온은 11.4도로, 재배 가능 범위(6~14도)의 중간값에 해당한다. 이런 기후 조건 아래 산지가 많은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다축형 평면 수형’ 재배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줄기를 여러 축으로 나눠 평면 형태로 키우는 방법이다. 과실이 햇빛을 골고루 받아 생산성이 좋아지는 데다 공간 효율화와 기계화에도 유리해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


사과(沙果)는 물 빠짐이 좋은 땅에서 잘 자라 모래 성분이 많은 춘천 토양과 잘 맞는다. 시원하고 바람의 흐름이 좋은 곳일수록 병해충 피해가 적어 해발 고도가 높은 춘천 산지에서 재배하기 유리하다.


사과 재배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 정책도 다양하다. ‘춘천농업인 대학 사과학과’가 대표적이다. 춘천시는 매년 교육 수요와 지역 농업 여건을 반영해 장기 전문교육 과정인 춘천농업인대학을 운영한다. 올해는 3월부터 9월까지 사과에 집중해 재배 기술 교육에 나섰다. 초보 사과 농부 20명을 대상으로 과원 조성부터 수형·병해충·토양·비료 관리·수확 등 재배 전 과정을 다루는 기술을 교육한다. 온라인 마케팅 특강과 선진 농가 견학을 통해 경영 역량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사과 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면 과제 현장 교육’도 마련했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형 프로그램으로, 반복 발생하는 병해충, 생육 조절, 품질 향상 기술 등을 점검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교육이다. 전문가가 초보 농부들을 밀착 지도해 고품질 과수 생산 기반을 다진다.



 


부사(후지)
부사(후지)

‘빨간 사과’를 대표하는 품종. 저장성이 좋아 수확한 이듬해 여름까지도 맛볼 수 있어 ‘사과의 보배’라 불린다.

아리수

국내 육성 품종으로,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좋고 갈변에 강하다.

아리수
시나노골드
시나노골드

큰 과실이 특징. 저장성이 좋고 과즙이 풍부하다. 노란색이라 ‘황금사과’로 불린다.

이지플

진한 달콤함이 강점. 상대적으로 수확시기가 빠르고 재배가 쉬워 농가에서 선호한다.

이지플


▲솔바우농원의 사과나무. 빨간색은 ‘아리수’, 연두색은 아직 착색되지 않은 ‘부사’ 품종이다. 

사과는 자기 꽃가루로는 수정되지 않아 주 품종과 유전형이 다른 품종을 섞어 배치해야 한다.




기후 조건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며 사과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농가 120여 곳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이 중 70곳이 춘천시사과연합회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춘천시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학교 급식에 사과를 납품하는 농가도 20곳이나 된다.


▲정용현 춘천시사과연합회 회장(솔바우농원 대표)



사북면 송암리에서 12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정용헌(54) 춘천시사과연합회 회장(솔바우농원 대표)은 “강원도는 이미 사과 주산지가 됐다”며 춘천이 교육과 유통, 가공 등 부가가치 산업을 이끄는 사과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춘천의 경쟁력으로 사과 마이스터 강원 1호 이인영 대풍농원 대표의 활동과 춘천원예농협이 주도하는 농산물우수관리제(GAP) 교육 등 재배 인프라를 꼽았다. 사과 마이스터가 시기마다 어떤 농약을 써야 하는지 조정해 지역 전체 방제력을 끌어올린다. 과수화상병은 전염력이 강해 지역 농가 모두가 대응해야 효과가 있다. 여러 품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연구 환경과 빠른 신기술 보급, 먹거리 안전 역시 춘천 사과의 품질을 지켜내는 힘이다.

똑똑한 사과 고르기

다양한 품종만큼 사과의 맛과 식감도 다양하다. 진한 단맛과 단단한 과육을 선호한다면 부사·홍로·시나노골드·감홍, 새콤함과 치밀한 과육을 원한다면 홍옥·양광·황옥, 균형 잡힌 당도와 부드러운 과육을 좋아한다면 시나노스위트·엔부가 제격이다. 사과를 고를 때는 껍질이 거친 것을 골라야 한다. 겉이 매끄러우면 보기엔 좋아도 당도가 떨어진다. 꼭지 모양이 화산 분화구처럼 움푹 안으로 들어가야 맛이 좋다.


정용헌 회장은 끊임없이 사과 산업과 재배 기술을 공부한다. 초홍, 무르즈 같은 신품종을 시험적으로 재배하고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 도입도 계획했다. 자동으로 온도를 확인하고 서리와 우박을 막아주는 기술집약형 농장이다. 이상 기후를 대비하는 동시에 일조 피해에 대응할 수 있어 ‘농업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밭농사에 비해 과수는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고 일손 부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며 “몇 년 사이 작목반 가입 문의가 늘어나는 등 춘천에서 사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산 사과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농가 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품질 저하로 가격이 폭락한 샤인머스켓을 예시로 들면서 사과 농가에서도 명확한 출하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착색이 필요 없는 시나노골드의 경우 소비자가 겉만 봐서는 제대로 익었는지 알 수 없다”며 “충분히 과실을 익히지 않고 출하하면 품종 자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어 사과 산업 전체를 위해 농가들의 철저한 검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솔바우농원 내 사과나무는 춘천의 사과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표본으로 활용된다.

똑똑한 사과 고르기

똑똑한 사과 고르기
그리스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파리스의 심판’에 사과가 등장한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골라 황금 사과를 건네야 하는 상황. 세 여신은 각각 권력, 승리, 사랑을 내걸었고,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와의 사랑을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택했다. 약속대로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왔지만, 그녀는 이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한 사이였다. 헬레네를 되찾으려는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침공하면서 10년에 걸친 전쟁이 시작됐다.

※ 11월호 주제는 ‘사과’입니다. P.71 참여 방법 확인 후,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나만의 레시피를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