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428

2026-09
#도란도란
어르신 손끝에 꽃 피우는 열여덟들
춘천 한샘고 동행동아리, 어르신 네일아트 봉사

춘천 한샘고 동행동아리, 어르신 네일아트 봉사 - 어르신 손끝에 꽃 피우는 열여덟들


<한샘고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네일아트 봉사를 하고 있다.>


“이런 걸 태어나서 처음 받아봐. 손톱에 꽃이 다 피고, 어쩜 이렇게 예쁠까.” 손톱 위에 작은 꽃 하나가 피어나자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선물이라며 달라진 손끝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곁에 둘러앉은 어르신들도 저마다 손을 내밀며 이런 날이 다 있느냐고 즐거워했다. 그 곁에 무릎을 맞대고 앉은 이들은 이제 막 열여덟이 된 한샘고 학생들이다.


어르신이 많은 비탈마을, 다시 열린 쉼터

춘천 교동 31-5번지 일대는 가파른 언덕을 따라 집들이 들어서 있다. 실질 거주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지형 탓에 동네 경로당을 오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오랫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마을창작소는 올해 춘천시자원봉사센터의 ‘공간이음 프로젝트’를 통해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주민과 봉사자가 만나는 ‘공간이음’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올해 6월부터는 한샘고 ‘동행동아리’ 학생들의 발걸음도 이곳에 닿기 시작했다.


어르신의 손을 잡기까지

‘동행동아리’는 15명의 학생이 학년별로 어우러진 춘천 한샘고 바이오코스메틱과의 봉사 동아리다. 네일아트와 발 마사지, 칠교놀이 등 세 가지 활동을 진행한다. 처음부터 능숙했던 사람은 없었다.


“엄마 발도 무서워서 못 만졌어요. 그런데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괜찮아지더라고요.” 낯선 이의 손과 발을 감싸 쥐는 일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 어색함을 넘어선 자리에, 어느새 기다리는 마음이 자라 있었다.


색을 고르고 매니큐어를 얹는 동안, 손끝에서는 안부가 오갔다. 힘 조절이 서툴렀던 김유인 학생은 “괜찮으세요?” 하고 조심스레 여쭤가며 속도를 맞추는 법을 배웠다. 3학년 함채은 학생에게는 유독 마음에 남는 어르신이 있다. 101세의 나이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는 분으로, 그 정정한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어르신들께 더 잘해 드려야겠다고, 엄마한테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네일아트로 곱게 단장한 손끝을 자랑하는 어르신들.>


선배에게서 후배로, 손끝으로 전해진 마음

이 봉사 활동은 15년 전 엄기훈 교사가 처음 시작했다. 사회로 나갈 학생들이 기술에 앞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갖추길 바라서였다. 2023년부터 동아리를 이어받은 문성환 교사는 “선배들이 터를 닦아놓은 가치를 이어가는 일”이라며 자신 역시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어머니를 여읜 그는 이곳에서 어르신들의 손을 잡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문 교사는 봉사를 통해 달라진 한 제자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지각이 잦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어르신의 손을 잡는 시간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졌다. 끝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한 그 아이는 이따금 학교를 찾아와 문 교사에게 안부를 전한다. 문 교사는 그렇게 자란 제자들을 떠올릴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아이들을 품어준 것은 결국 어르신들이었다고 했다.


쉼터를 찾는 어르신이 늘면서, 학생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 보탤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학생들은 “오늘 착한 일 했다”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