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숭아는 예로부터 귀한 과일이었다. 신선이 즐겨 먹는 불로장생의 음식이자 죽지 않는 명약으로 여겨졌다. 복숭아는 한반도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하며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해온 식물이다. 선사시대 유적인 울주 천전리 암각화에서 복숭아 문양이 발견됐고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는 "겨울에 우레가 일어나고 복숭아와 오얏꽃이 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춘천과 복숭아의 인연도 오래됐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전국 팔도 이름난 음식을 소개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황도는 춘천과 홍천에서 많이 난다"고 적었다. 그만큼 춘천은 오래된 복숭아 산지 중 하나다. 화전이 사라진 1970년대 이후, 춘천의 야트막한 산들은 복숭아 나무로 채워졌다. 큰 일교차 속에서 자라 당도와 식감이 좋은 춘천 소양강 복숭아는 이제 전국 단위 도매 시장에서 인정받는 고품질 과일로 자리 잡았다.


춘천시는 소양강 복숭아를 육성하기 위해 '춘천시전략작목출하회'를 통해 농가 조직화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동춘천농협과 춘천원예농협에 속한 농가 170여 곳이 9개 작목반을 구성해 '춘천시복숭아연합회'를 출범했다. 지역 농가들이 함께 신품종을 도입하고 재배 방법을 연구하며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복숭아 농가는 동내면, 신북읍, 동산면에 주로 몰려있다. 동내면에서의 출하가 좀 더 이르고,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아 평균 기온이 낮은 동산면은 그 시기가 늦기 때문에 춘천에선 더 오랜 기간 제철 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 수확 시기가 다른 여러 품종을 심어 주로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수확한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크게 황도와 백도로 나뉜다. 껍질 속 과육의 색이 노란색이면 '황도', 흰색이면 '백도'다. 황도는 좀 더 농후한 단맛이고, 백도는 깔끔한 단맛과 섬세한 꽃 향이 특징이다.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아 최근 유행하는 '신비복숭아'는 백도 계열의 신비 품종에 해당한다.
시중에서는 단단한 '딱복'과 물렁한 '물복'으로 구분한다. 딱복은 아삭한 식감과 상큼함이 특징으로 껍질과 과육의 균형이 조화롭다. 상대적으로 보관이 쉬워 주로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경봉, 대월, 마도카, 금적, 유명 등의 품종이 딱복에 속한다.
물복은 과육이 부드러워 씹기 편해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도 높은 편이다. 몽부사, 그레이트, 천중도, 단호장제왕, 단호장골드 등이 대표적인 물복 품종으로 꼽힌다.


김진성(52) 춘천시복숭아연합회장(정성농원 대표)은 아내 지정미(51) 씨와 함께 동산면 원창리를 중심으로 15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베테랑 농부다. 김 회장의 목표는 '춘천 소양강 복숭아만의 맛'을 만드는 데 있다. 춘천은 복숭아 재배 역사가 길고 도매 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고유하게 생산하는 품종이 없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브랜드로 내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새 춘천 농가들은 춘천을 대표하는 복숭아 품종 발굴에 나섰다. 춘천시복숭아연합회 주도로 백도 계열의 대찬과 금적, 황도 계열의 단호장제왕과 단호장골드 품종 재배를 확대했다. 최근 적극적으로 시험 재배하고 있는 품종은 '금적'이다. 춘천 복숭아만의 고유한 맛을 강조하는 특화 품종으로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축제 등을 통해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김진성 춘천시복숭아연합회장은 "그동안 전국적인 육묘 공급 상황에 따라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춘천 복숭아만의 특징과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다"며 "금적 등 특화 품종을 통해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복숭아 맛을 알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성 춘천시복숭아연합회장(정성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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