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나(45) 꽃채락 대표는 버려지는 농업자원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와, 종이에서 토마토가 싹 트는 거예요?”
체험에 참여한 아이가 신기한 듯 물었다. 무르거나 팔기 어려워진 토마토에서 씨앗을 골라내고 농사 과정에서 나온 종이를 물에 풀어 함께 섞은 뒤 말리면 ‘종이 씨앗’이 탄생한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종이 씨앗을 화분에 심고, 싹을 틔우는 과정을 지켜본다.
춘천 사북면에서 ‘꽃채락’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최유나(45) 대표는 버려지는 농업 자원을 활용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농장이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 나오는 부가 자원을 활용해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재료’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최 대표가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결과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줄고 대면 거래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판매 방식으로는 농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 농장 운영을 맡으면서 최 대표는 주변 농업인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현장의 고민을 수렴했다. 특정 시기에 농산물이 과도하게 생산되거나 판매 시기를 놓쳐 상품으로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잦고, 농산물 보관 용기나 포장지 등 종이류 폐자원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장의 이런 고민을 체험과 교육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농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활용해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토마토 종이 씨앗 만들기’다.
최유나 대표는 “팔기 어려워진 토마토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촉감놀이 재료가 된다”며 “주무르고 난 뒤 나온 씨앗은 종이 씨앗으로 만들어 보관하고, 다시 심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구상한 또 다른 자원순환 프로그램은 농장에서 사용한 후 버려지는 배지를 활용한 ‘이끼 볼 만들기’다. 딸기농장 같은 스마트팜에서는 작물을 일반 토양이 아닌 양분이 포함된 배지(培地)에 심어 기른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하기에 버려지는 폐배지의 양이 적지 않다.
배지를 재활용하기 위해, 동그랗게 뭉쳐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작은 화분으로 만들고 겉면을 이끼로 감싸 완성한다. 춘천시와 협업해 이끼 볼을 활용한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꽃채락은 시청 녹지정원과 사무실 외벽에 배지를 활용한 이끼 볼을 설치했다. 버려질 수 있는 농업 자원이 자원순환을 통해 생활공간 속 식물 인테리어로 확장된 사례다.
꽃채락의 이런 시도는 춘천시 자원순환 정책이 농업 현장에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현장에서라면 버려졌을 자원에 새로운 쓰임을 더하고, 이를 시민과 함께 체험으로 나누는 꽃채락의 활동이 ‘지속가능한 춘천’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최 대표는 “앞으로도 지역의 농업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자원순환 체험 프로그램을 펼치고 싶다”며 “농업이 지속가능성과 치유, 교육의 영역으로 확장하도록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꽃채락을 찾은 아이들이 최유나 대표와 함께 토마토 종이 씨앗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