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이어지던 지난달 영하 15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길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서복순(78) 씨는 이곳을 직장이라고 말한다.
20여 년의 세월을 농협 석사동 지점 앞에서 파, 마늘, 콩나물, 시금치, 두부, 생미역 등을 팔고 있다.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택시 운전을 하며 힘들게 일하는 아들을 돕고 싶어 장사를 시작했다. 손자들도 다 크고 아들도 자리를 잡아 장사를 그만둘 때도 되었지만 단골들 때문에 장사를 멈출 수 없다.
단골손님인 석사분(56) 씨는 “할머니가 장사를 안 하시면 이웃 사람들이 불편해서 안 돼요. 가까운 곳이라 필요한 물건을 금방 살 수 있어 얼마나 편리한데요”라며 할머니가 중요한 존재임을 이야기하며 웃었다.
좌판도 없이 맨땅에 물건을 놓고 팔지만 신선하고 알찬 물건만 취급한다. 이른 새벽 소양로 번개시장에서 구입해 손수 깨끗하게 손질해 판다.
서 씨는 “저는요 세월을 팔고 인정을 팔아요” 라고 한 번 더 강조하며 강추위도 잊은 채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