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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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7

2026-08
#춘천은 지금
책의도시 춘천특집
책을 펼치자, 도시가 이야기가 되었다
리딩웨이브부터 대한민국 독서대전,
달라진 도서관까지 ‘책의 도시 춘천’을 만났다.

<올해 5월 김유정문학촌에서 열린 ‘리딩웨이브 in 춘천’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리딩웨이브 in 춘천 4월 공지천 수변>




공지천 물가를 따라 작은 의자들이 놓였다. 올해 4월, 따가운 햇살 아래 423명이 모였다. 정해진 순서도, 강사도 없었다. 사람들은 양산을 펼치거나 스카프를 두르고, 나무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도, 책을 읽는 자세도 제각각이었지만 손에 들린 것은 같았다. 책 한 권이었다.


‘리딩웨이브 in 춘천’은 책을 읽기 위해 사람들이 야외에 모이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이번 행사는 공지천 수변을 비롯해 하중도생태공원, 김유정문학촌까지 이어지며 춘천 곳곳을 책 읽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앞두고 마련된 리딩웨이브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나누는 참여형 몰입독서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민 이찬혁(28) 씨는 “춘천에 살면서도 몰랐던 예쁜 공간들을 행사 때마다 새로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주향하(36) 씨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기회가 흔치 않아 오게 됐는데, 자연 속에서 마음껏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리딩웨이브가 자연스럽게 도시의 풍경이 될 수 있었던 건 춘천이 가진 자원 덕분이다. ‘호반의 도시’라 불리는 풍부한 수변 공간, 강원특별자치도 유일의 법정 문화도시라는 기반, 30년 넘게 이어온 지역 축제와 시민들의 높은 문화 참여가 그 토양이 됐다. 책은 도서관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호수와 공원으로 흘러나왔고, 독서는 도시의 새로운 풍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던 문학의 전통이 더해 진다. 소설 <봄봄>과 <동백꽃>으로 한국 근대문학의 한 페이지를 남긴 김유정은 고향 실레마을 사람들의 삶을 작품 속에 담았다.





<리딩웨이브 in 춘천 5월 김유정문학촌>



춘천 출신 언론인 차상찬 역시 잡지 <개벽> 창간과 <별건곤> 발행 등 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잡지 문화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들이 남긴 문학과 기록은 오늘의 독서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자연·문화 자산과 시민 중심의 독서 기반 위에서 춘천은 올해 3월 ‘책의 도시’를 선포했다. 41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 걸어서 15분이면 만나는 도서관 생활권도 춘천이 가진 힘이다.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도시 선정 과정에서도 15분 내 독서생활권 환경과 김유정 등 지역 문학 자산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내에서는 강릉(2016년), 원주(2022년)에 이은 세 번째 개최다.


춘천시는 지난해 9월 ‘2026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 도시로 선정돼 국비 3억 원을 확보했다. 이후 최재천·나태주 명사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연중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올해 독서대전의 주제는 ‘책의 물결, 춘천 산책(冊)’이다. 오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축제 기간 김유정문학촌은 문학마을로 꾸며지고, 공지천 일대는 책 읽는 문학정원으로 변한다. 작가 이슬아 북토크, 코미디언 김영철 강연을 비롯해 출판·서점 부스, 전시와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독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김선애 춘천시립도서관장은 “공지천과 김유정문학촌은 대한민국 독서대전의 주요 행사장으로, 리딩웨이브를 통해 시민들이 먼저 그 공간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독서대전을 계기로 책이 시민의 일상 속 문화로 안착하는 ‘책의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열혈강호>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7월11일 시립청소년도서관2층'만화몰입구역'에서 만난 정주명(44·온의동) 씨는 서가에서 만화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몇 칸 떨어진 자리에서는 중학생 아들이 다른 만화를 읽고 있었다. 아들과 이곳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올해 4월 문을 연 만화몰입구역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들어서자마자 캐릭터 피규어와 만화 포스터 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춘천 내에 만화를 편히 즐길 문화 공간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 부모 세대가 즐겨 읽던 무협지와 순정만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최신 웹툰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도서 관리를 위해 관외 대출은 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 김시언 춘천시립청소년도서관장은 “부모 세대가 좋아했던 만화를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고 했다. 각자의 책장을 넘기면서도 같은 시간을 보내던 정 씨 부자의 모습은, 말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서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갈 계획이다.



<시립청소년도서관 만화몰입구역에서 시민들이 만화책을 읽고 있다.>



5월 11일 조운동에 문을 연 아이디어도서관 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3층 ‘아이디어 아일랜드’에서 만난 중앙초등학교 최한길(11), 유세인(11) 학생은 나무로 작은 책상을 만들고 있었다. 지난주 학교 현장체험학습으로 처음 이곳을 찾았다가 주말을 기다려 다시 방문한 참이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대답은 짧았다. “다 재미있어요.”


평소에는 로블록스와 브롤스타즈 같은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만, 이곳에서는 게임보다 만들기가 더 재미있다고 했다. “태어나서 이런 도서관은 처음 봤어요.” 놀라운 건 그다음 이야기였다. “11시에 와서 두 시간 동안 먼저 책을 읽고 1시에 올라왔어요.” 점심도 잊은채 만들기에 푹 빠져 있던 아이들 옆에서는, 슈링클스 키링을 만들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던 두 여학생이 “다음 주 현장체험학습을 앞두고 소문을 들어 먼저 와봤다”라며 웃었다.



<3층 아이디어 아일랜드는 트윈세대(초4~중2) 전용공간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빠져든 공간이 바로 ‘아이디어 아일랜드’다. 이곳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이용하는 트윈세대 전용 공간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성격 섬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채워갈 수 있도록 동선과 영역의 경계를 없앴다. VR과 XR 체험, 노래연습실, 보드게임존과 종이로 작업하는 ‘페이지 아일랜드’, 목재와 점토 등으로 상상을 구현하는 ‘메이킹 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한쪽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직접 적어 놓은 재료들이 붙어 있었다. ‘눈알 스티커, 초록 모루, 풍선, 말랑이….’ 필요한 것을 어른이 미리 정하는 대신, 아이들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흔적이었다.



<재료 요청 게시판>



책을 만나는 방식은 달라졌다. 하지만 도서관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날 도서관에 서 가장 많이 본 것은 빽빽한 책장이 아니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만나고 있던 시민들의 얼굴이었다. 



<메이킹 아일랜드에서 만들기 체험중인 어린이들>


<VR·닌텐도를 체험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






책으로 세계로,
'그레이트북스(GB)' 미국 연수

춘천시가 주최하는 ‘세인트존스대학 GB 여름 아카데미’가 올해 처음 열렸다. 춘천 지역 고등학생 12명은 7월 11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을 찾아 깊이 있는 고전 읽기와 인문학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텍스트를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이 글로벌 여정은, 춘천이 꿈꾸는 ‘책의 도시’가 가진 또 다른 미래의 얼굴이다.

세인트존스대학 GB 여름 아카데미 연수단 미국에서 그레이트북스 연수 중인 춘천의 고등학생들

미국에서 그레이트북스 연수 중인 춘천의 고등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