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h! I've never seen marbles like these before(오! 이런 구슬은 처음 봐)." 토요일 오전 춘천 담작은도서관에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영어 그림책 『알사탕(Magic Candies)』의 한 문장을 따라 읽는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 앞에서 그림책을 펼쳐 든 이는 영어 강사도, 교사도 아니다. 두 딸을 키우며 금융권에서 일하는 평범한 워킹맘 유리라(37) 씨다.
놀이처럼 스며드는 영어 그림책
유리라 씨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담작은도서관에서 '영어 그림책 읽기 & 독후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어 그림책 두 권을 함께 읽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이어가지만, 수업의 목표는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다. 그는 "영어보다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들려주고 몸짓과 표정을 더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듣고 따라 말하도록 이끈다. 수업에 참여한 박서연(6) 양은 "선생님이 그림책 읽어줄 때가 제일 재밌어요. 한글이랑 영어를 같이 사용해서 이해가 쏙쏙 돼요!"라고 말했고 엄예슬(9) 양도 "영어책 읽기가 놀이 같아요. 점점 영어가 좋아져요!"라며 웃었다.
유 씨는 수업 준비에 많은 정성을 쏟는다. 영어 그림책 선정부터 종이접기, 점토 만들기 등 다양한 독후 활동을 구상한다. 그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쁘지만, 틈틈이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며 독후활동을 준비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힘들기보단 기대되고 설렌다"며 웃었다.

영어 그림책 읽어주는 워킹맘 유리라 씨. 그는 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영어 그림책 『BEAR CAME ALONG』을 꼽았다.

유리라 씨는 재능기부로 매달 셋째 주 토요일 담작은도서관에서 '영어 그림책 읽기 & 독후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엄마의 마음에서 시작된 수업
유 씨는 영어를 전공하지도,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가 영어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첫째 딸이었다. 영어를 놀이처럼 접하게 해주고 싶어서 노래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책 속 문장을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영어 그림책의 힘을 실감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른 부모들과 함께 나누는 영어 그림책 읽기 모임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참여자를 모집했고, 많을 때는 30가족이 함께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영어 캠프를 열기도 했다.
근무지가 원주로 바뀌면서 기존 활동을 잠시 멈춰야 했지만, 아이들과 영어 그림책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직접 담작은도서관에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올해 2월 첫 강좌가 열렸다. 프로그램은 접수 시작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서영미 담작은도서관 사서는 "아이들이 영어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 많은 아이들과 그림책을 나누고 싶어요
유리라 씨는 "아이들이 작은 입으로 영어 문장을 따라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어디든 찾아가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활동이 이제 지역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어보다 이야기가 먼저인 그의 수업은 오늘도 담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