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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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6

2026-07
#도란도란
씨앗 하나가 사람을 바꾸다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춘천시민 이야기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어요, 새벽 동틀 때부터 저녁까지."


김영숙 고은원예치료센터 대표가 자신의 하루를 묘사하는 말은 짧지만 깊다. 오전 5시, 해가 뜨면 눈이 떠지고 온실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 리듬은 16년째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다. 자연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며 살아온 사람, 그가 만들어가는 공간이 춘천 신북읍 유포리에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다.


씨앗이었는데, 꽃이 피었습니다

2009년, 김 대표는 화분 하나를 들고 복지기관 문을 두드렸다. 당시만 해도 치유농업이라는 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기관에서 씨앗을 받아 돌아간 한 참여자가 어느 날 연락을 해왔다. "선생님, 집 베란다에 꽃이 피었어요." 그 한마디가 16년을 이어온 힘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스스로 꽃을 피워낸 기쁨이 '직접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직접 심고 가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2015년 유포리에 원예치료센터를 열고, 2021년에는 500평 땅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흙을 만지며 다시 웃게 된 사람들

농장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독거 어르신, 장애 아동, 학교 밖 청소년,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 호스피스 병동 보호자까지, 지난해 이곳을 찾은 인원만 1,882명, 연계 기관은 13곳이었다. 전국 최초로 소년원에 치유농업 전용 공간을 조성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로,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이 활동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으로 이어졌다.


농장에서는 계절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다양한 체험이 이어진다. 밭에서 직접 딴 허브로 피자를 굽고, 증류기에서 추출한 꽃 성분으로 미스트를 만들고, 키친가든에서 가꾼 채소와 과실수를 함께 수확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주말마다 이어지는 '토요키친'·'일요키친'은 한 계절이 아니라 한 해를 함께 살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어르신들과 옥수수를 심고 키우고 문화와 음식을 나누는 치유 농업.


무엇보다 장애 아동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에게 특별하다. 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며 놀고, 닭이 노는 걸 가만히 바라보며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 그 순간이 바로 치유가 일어나는 자리라고 그는 말한다. 주간보호시설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농장에 오는 날이 생기자 식사도 더 잘 하시고 출석률도 올라갔다. 오지 못한 어르신들이 "나도 가야지" 하며 자극을 받는 모습을 보며, 그는 이 일을 계속할 이유를 매번 새로 얻는다.


자연의 리듬으로, 다음을 향해

김 대표는 언젠가 이 일을 내려놓는 날이 오더라도, 자연 안에 있고 싶다고 했다. "제가 돌봄을 받고 싶은 곳도 결국 여기예요. 흙 옆에서, 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죠." 치유농업의 미래를 묻는 말에도 그의 대답은 거창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늘고,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반갑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이 웅덩이에서 철벅거리다 웃음을 되찾는 것, 베란다 화분에 꽃이 피었다는 전화 한 통, 그것이 그를 다시 새벽으로 이끄는 힘이다.


"가을이 되면 다 죽은 것 같아도, 이듬해 다시 싹이 나와요." 김 대표는 오늘도 새벽 온실 문을 연다. 16년째 변함없이, 자연이 사람에게 건네는 회복의 힘을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