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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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6

2026-07
#도란도란
도시의 시간을 감성으로 기록하는 사람들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춘천시민 이야기


하중도생태수변공원에서 본 삼천동 이병도 作


춘천의 기억을 바라보다

초여름 오전, 하중도 생태수변공원에 회원들이 하나둘 접이식 의자를 펼친다. 스케치북과 펜, 작은 물감통을 꺼낸 뒤 한참 동안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푸른 강물,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까지. 저마다의 시선으로 춘천의 순간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아내는 것, 이것이 '어반스케쳐스 춘천' 회원들의 특별한 일상이다.


우리는 흔히 사진으로 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 한 장으로는 차마 다 담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날의 따스한 햇살과 바람, 공간을 채운 정취,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는 이의 내밀한 감정이다. 어반스케쳐스 춘천은 이렇듯 도시의 숨은 표정까지 천천히 바라보고 손으로 붙잡아두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장에서 직접 건물과 거리, 자연과 사람을 그리는 이 활동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자신의 감성을 더해 기록하는 예술 활동이다.


스케치북에 쌓이는 춘천의 오늘

2020년 2월 단 세 명의 회원으로 첫걸음을 떼었던 동호회는 현재 142명이 함께하는 커다란 공동체로 성장했다. 특히 2024년에는 국제 어반스케쳐스 본부의 승인을 받아 당당히 공식 챕터로 이름을 올렸다. 회원들은 의암호와 하중도를 비롯해 소양아트서클, 애니메이션박물관 등 춘천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풍경을 그린다.


같은 장소를 바라보면서도 각자의 시선과 색감에 따라 전혀 다른 춘천이 탄생하는 것이 어반스케치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강변 풀밭에 나란히 앉아 눈앞의 풍경을 옮기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무엇을 그리세요?" 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렇듯 이들의 활동은 일상적인 공간을 순식간에 야외 갤러리로 변화시킨다. 회원들의 스케치 지도를 담당하는 이병도 씨는 "어반스케치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며 "변화 속에서 자칫 사라질 수 있는 공간을 그림으로 남겨두면 후세에 현재의 춘천을 전하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회원 역시 "무심코 지나쳤던 골목과 오래된 간판도 천천히 그리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세월과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이처럼 주변의 풍경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SNS를 통해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 모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따뜻한 지역 공동체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민금숙 회장은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하지만, 그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과 감성을 나누게 된다"며, 그림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해 바쁜 일상 속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림이 되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병도 씨는 그림 속에 QR코드를 접목해, 독자들이 현장의 풍경과 실제 드로잉 과정을 생생한 영상으로 함께 볼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정지된 회화와 영상이 만나 도시의 기억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오늘도 회원들은 스케치북을 들고 춘천 곳곳을 찾는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의 춘천을 붙잡아두기 위해, 이들은 오늘도 풍경 속에 담긴 우리 모두의 삶과 기억을 묵묵히 그려 나가고 있다.

문의 010-5372-6152


어반스케쳐스 회원들이 태백교 아래에서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