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울 남녘에서 익던 토마토는 기온이 오를수록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온다. 초여름이면 춘천을 비롯해 영월, 정선에서 익기 시작하고, 한여름에는 화천과 양구, 인제로 이어진다. 계절을 따라 산지가 옮겨가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7월의 춘천은 토마토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국 방울토마토 주산지였고, 지금도 가락시장에서 춘천 토마토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춘천 토마토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밤낮의 큰 일교차와 소양강의 깨끗한 물이 토마토를 단단하고 달게 만든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연이 준 좋은 조건 아래에는, 매년 여름 하우스 안에서 토마토와 씨름해 온 농부들의 오랜 경험과 재배 기술이 있다.

사북면 정산농원 비닐하우스 안.
천장까지 닿을 만큼 길게 뻗은 줄기마다 초록 토마토가 빼곡하게 달려 있었다.
변희일(35) 대표는 그중 하나를 손에 쥐어 보이며 웃었다.
“단단하죠? 맛있는 토마토는 딱딱해요.”

▲변희일 춘천시 사북면 정산농원 대표
춘천 토마토가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이름값을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다들 실력이 좋으니까 알아주는 거죠.” 변 대표는 기후보다 춘천 농부들의 재배노하우를 먼저 꼽았다. 큰 일교차와 풍부한 햇살도 중요하지만, 결국 토마토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농부들의 오랜 경험과 재배 기술이라는 것이다. 춘천에서는 같은 작물과 씨름하며 자신만의 감각을 쌓아온 농가들이 세대를 이어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변 대표 역시 농기계를 전공한 뒤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딸기 재배도 고려했지만, 여름에도 쉬지 않는 시설농업을 하고 싶어 토마토를 택했다. 5년 전 자비를 들여 1200평 규모의 하우스를 지었고 지금은 직원 두 명과 함께 농장을 운영 하고 있다. “천 평은 돼야 경영이 돼요. 그 이하로는 인건비를 쓰면 마이너스예요.”

출하 시기도 남들과 다르다. 보통 춘천 농가들이 5~6월 수확을 시작할 때 그는 1월에 모종을 심어 4월부터 시장에 토마토를 내놓는다. “다들 한꺼번에 물량을 내면 가격이 사정없이 떨어져요.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는 거죠.”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출하 시기를 앞당기는 이유다. 그렇게 수확한 토마토는 대부분 신북농협 공동선별장(APC)으로 향한다. 농가에서 가구째 출하하면 공동선별장에서 선별과 소포장, 판매까지 맡는다. 변 대표는 "소포장으로 판매하면 단가가 더 높아진다"며 봄철 출하는 대부분 APC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토마토 농사는 땅만 좋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시장을 읽고 출하 시기를 계산하는 감각도 함께 필요했다.

변 대표는 초록 토마토 하나를 다시 손에 올려놓고 말했다. “조금 말려 키워야 해요.”
물을 많이 줄수록 좋은 토마토가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토마토가 스스로 양분을 더 끌어당길 수 있도록 수분을 조금 부족하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농가에서는 이를 '말려 키운다'고 표현한다. “약간 굶겨서 잘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토마토는 그렇게 부족한 환경에서 더 단단해지고, 당도도 높아진다. 농부들은 물을 한 번 주는 시기와 양까지 계산하며 토마토를 키운다. 같은 품종도 농부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렇게 키운 춘천 토마토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토마토와 품종 자체가 다르다. 시중에 유통되는 토마토 대부분은 유럽종이다. 딱딱하고 껍질이 두꺼우며 즙이 적어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넣어도 빵이 젖지 않는다. 조리용으로 적합한 품종이다. 반면 춘천에서 주로 키우는 것은 동양종이다. 완전히 익으면 새빨개지고 수분이 많으며 산미와 당도가 함께 올라온다. 어릴 때 설탕 뿌려 먹던 그 토마토다.

“줄기에 오래 매달려 있을수록 맛있다”는 것도 흔한 오해다. 토마토가 익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꽃이 달렸던 아랫부분(배꼽)이 붉어진다. 배꼽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하면 상온에 하루만 있어도 빨갛게 익는다. 변 대표는 손에 든 초록 토마토 밑을 가리켰다. "이 부분이 살짝 빨개지기 시작하면 이미 익은 거예요. 그때부터는 햇빛보다 온도가 더 중요해요." 그 상태에서 수확한 뒤 하루 정도 상온에 두면 밭에서 끝까지 익힌 토마토와 큰 차이 없는 맛을 낸다고 했다.

장거리 유통용 토마토는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을 때 수확한다. 유통 과정에서 하루이틀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충분히 익힌 토마토는 농가 직거래나 지역 판매를 통해 빠르게 소비된다. 농부들은 배꼽이 붉어지는 순간을 보고 가장 알맞은 때를 골라 수확한다.
춘천 토마토의 맛은 밤낮의 큰 일교차와 맑은 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우스 안에서 매일 토마토와 씨름하며 물을 조절하고, 익는 속도를 읽고, 가장 좋은 순간을 기다리는 농부들의 손길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춘천 토마토는 밭을 떠난 뒤에도 가공과 상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맛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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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 브루어리에서 춘천 토마토를 담은 스파클링 과실주 ‘더세츠 토마토’를 출시했다. 사과 과실주 베이스에 토마토 과즙을 더해 상큼한 풍미와 톡 쏘는 탄산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7월의 춘천을 한 모금에 담은 저도수 스파클링이다. |
천연감미료인 스테비아 용액에 토마토를 담가 압력을 가하면 삼투압 원리로 단맛이 과육 속으로 스며든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맛이 먼저 느껴지지만, 설탕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토마토 본연의 향은 그대로 살아 있다. 정직한 농장 이규호 농부가 ‘달곰마토’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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