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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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6

2026-07
#트렌드 춘천
농부의장터
서울엔 마르쉐 춘천엔 농부의 장터


여름 햇살이 내리쬐던 6월 6일 오후 2시, 삼악산호수케이블카 임시주차장 옆 공터. 거대한 삼각 천막 아래로 들어서자 농부와 손님들의 대화가 먼저 들려왔다. 파 한 단의 싱싱함에 감탄을 건네는 손님, 자신만의 농사 이야기를 풀어내는 농부들. 이곳은 유통 마진을 뺀 착한 가격과 압도적인 신선함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춘천의 새로운 명소, '농부의 장터'다.



농민들의 꿈이 만든 장터

농부의 장터는 일반 마트와 다르다. 농부가 키운 작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다. 농부는 재배와 수확 과정, 작물의 특징을 손님과 대화로 풀어낸다. 그동안 농민들은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적었다.


지난해 아파트 단지와 지역 축제를 순회하며 운영한 시범 장터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농민들은 '(사)춘천파머스마켓'을 출범하고 상설 장터 조성에 나섰다. 춘천시는 '농산물 유통 혁신'의 하나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 인근 공간을 마련하고 운영을 지원하며 농민들의 도전을 뒷받침했다.


장터에 들어선 40개 부스에서는 춘천 농민들이 직접 재배·수확한 로컬푸드만 판매한다. 타 지역 농산물 반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1차 농산물은 물론 부추핫도그, 매실에이드, 단호박·감자 식혜 등 가공식품의 원재료까지 모두 춘천에서 생산된다. 유통 단계가 줄어든 만큼 가격은 낮아지고, 신뢰도는 높아졌다. 서종성 농부의 장터 회장은 "기존 유통 구조에서는 10~15%의 수수료 부담이 늘 있었는데, 이 장터는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농부시장 마르쉐@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마르쉐(marché)에 장소 앞에 붙는 전치사 at(@)을 더해 지은 이름. 서울에서 14년간 이어온 농작물 직거래 장터다.



아시나요, 토마토를 키운 사람의 얼굴

사북면에서 친환경 무농약 인증 농장을 운영하는 김순옥 말고개농장 대표는 장터 한쪽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친환경 농사는 조금만 방심해도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친환경 제재를 여러 번 뿌려야 해요. 풀도 직접 뽑아야 하고요. 손이 많이 가지만, 고객들이 이야기를 듣고 알아주실 때 가장 뿌듯합니다." 그는 마늘종과 완두콩을 손님들에게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 학교 급식에도 납품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성휘 춘천시 농산물유통과장은 "농부의 장터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커뮤니티 마켓"이라며 "지역 농산물의 유통단계를 줄이고 농가 소득과 소비자 만족을 함께 높이는 새로운 유통 모델로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 밭에서 저녁 식탁까지

원신숙 농부의 장터 부회장은 한 손님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여기서 산 채소는 냉장고에 넣어도 안 망가져요." 원 부회장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농부의 장터를 만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침에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그날 장터에 나오고, 저녁이면 소비자의 식탁으로 향한다. 신선함을 자신하는 이유다.


장터에서는 아침에 딴 오이 6개가 2천 원, 양상추 한 통이 1천 원에 판매된다.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농민은 중간 수수료 부담 없이 제값을 받는다. 장터 한편에서는 저마다의 사연도 함께 오갔다. 남양주에서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온 임예우(13) 양은 산양삼과 말린 도라지를 고르고 있었다. "엄마 드리려고요." 산양삼은 어머니를 위해, 도라지는 기침이 잦은 아버지를 위해 샀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이영희(74) 씨는 "싱싱해서 끓여 먹으려고 샀다"며 잔대를 골랐다.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가 들른 부부는 양손 가득 농산물을 들고 돌아가며 "정말 신선하고 싸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먼저 알아본 춘천의 맛

현재 장터 방문객의 80~90%는 삼악산호수케이블카를 찾은 관광객이다. 시티투어 코스에도 포함되며 춘천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배승태 남춘천여행사 대표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가 농부의 장터"라며 "가격이 저렴하고 일반 마트에서는 보기 어려운 친환경 농산물이 많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광버스 한 대당 평균 30만 원가량의 구매가 이뤄지고, 많게는 열 번 이상 다시 찾는 단골도 있다. 농민들은 더 많은 춘천 시민들이 농부의 장터를 찾기를 기대한다. 시민축구단 경기장 앞 팝업 장터를 운영하고, 막국수닭갈비축제와 감자페스타 등 지역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농부의 장터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다. 생산자의 얼굴을 보고 먹거리를 고르고, 농산물이 자란 이야기를 듣는 곳이다. 유통 단계를 줄이고 지역 먹거리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소비하는 새로운 장보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에 마르쉐가 있다면, 춘천에는 농부의 장터가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 장터가 춘천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도 자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