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426

2026-07
#춘천은 지금
K-리트릿의 성지, 청평사
K-리트릿의 성지, 청평사
춘천 라이프스타일의 원류를 찾아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고 자신을 돌보는 '웰니스 리트릿'. 차를 마시고 소박하게 식사하며 명상으로 내면을 돌아본다. 자연 가까이에서 느긋한 삶을 지향하는 춘천은 '힐링'을 찾아온 여행자의 입맛에 꼭 맞는 관광지다.


천년을 이어온 선(禪)의 공간 청평사(淸平寺)에서 한적한 춘천 라이프스타일이 태동했다. 이자현이 벼슬을 버리고 은거한 뒤로, 그의 고매한 인품에 이끌린 후대의 선비들이 끊임없이 청평사를 찾았다. K-리트릿의 원조, 춘천 웰니스 관광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소양강댐 정상에서 뱃길로 15분이면 자유로운 깨달음이 있는 피안(彼岸)의 세계에 도착한다.




깨달음을 만나는 '고려선원'

소양호 북쪽 깊은 계곡, 오봉산 봉우리로 둘러싸인 곳에 청평사가 있다. 973년 창건돼 천년을 이어온 사찰이다. 고려시대 진락공 이자현이 37년간 이곳에 머물며 '문수원'이라 불렀고,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왕실 후원으로 절을 다시 지으면서 '청평사'라 했다.


청평사가 전국적인 사찰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이자현 덕분이다. '청평'이라는 지명도 그의 호였던 '청평거사'로부터 출발했다. 세속적이고 향락적인 삶을 버리고 선(禪)을 추구하는 도량으로 사찰을 다시 세웠다. 깨달음을 위해 자연 속에 지은 별서(別墅)다. 지형을 이용한 정원과 기암괴석, 폭포 등 뛰어난 경치에 지식인들이 모이면서, 청평사는 고려시대 중후기 예술과 문화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청평사 주변에는 폭포와 기암괴석 등 자연이 가득하다.



청평사에선 고려시대 정원 양식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연못 '영지(影池)'를 만날 수 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과 어우러진 정원이다. 인공 요소를 최소화하고 자연의 멋을 살리도록 배치했다. 영지는 호수지방정원의 모티프로 '정원 도시' 춘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춘천시는 영지의 역사성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의암호 일대에 지역 정체성을 담아낸 체류형 생태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선 선비들의 이상향

유학자들에게 청평사는 곧 춘천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깨달음을 찾는 은거의 공간으로 인식됐다. 이런 관념은 지금까지도 '춘천' 하면 떠오르는 자연 속 느긋한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있다. 산으로 들어가 거친 옷을 입고 나물밥을 먹으며 수행했던 이자현의 청빈한 삶은 유유자적한 춘천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출사와 은거의 갈림길에 섰던 여말선초 선비들에게 이자현은 이상적인 존재였다. 자신만의 깨달음을 찾았던 그의 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 이자현이 머물렀던 청평사가 있는 춘천은 조선 선비들에게 정신적 고향이었다.


'충절의 상징' 생육신 중 하나인 매월당 김시습 역시 방랑 중 청평사 세향원에 머물렀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이후 유불도를 넘나들며 비판적인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설잠'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조선에서 불교 중흥을 이끌었던 허응당 보우는 청평사에 은거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매일 용담의 물에 목욕하고 너럭바위에서 바람 쐬는' 일상을 보냈다고 노래했다.


청평사에 '지조 있는 선비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투영한 건 퇴계 이황이다. 이자현을 추앙하는 시를 남기며 그의 인품을 찬양하고 더러운 속세를 버린 진정한 은자로 평가했다. 덕분에 퇴계를 흠모한 후대 선비들이 그가 존경했던 이자현의 흔적을 찾아 청평사에 머물며 시를 남겼다.



현재 '영지'의 모습에 더해, 고려시대 이자현이 정원을 거닐던 장면을 상상으로 그려봤다.



조선의 선비, 청평사를 노래하다

"청평산 밑을 지나다가 이 산속에 청평사란 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빡빡한 일정에 쫓겨 깊숙이 묻힌 자취를 미처 찾지 못하고, 

이 글을 통해 앞서 역사서를 읽다가 든 감정을 드러낸다."

...

白月滿空餘素抱 허공에 가득한 흰 달은 평소의 포부 남겨 놓은 듯
晴嵐無跡遣浮榮 자취 없는 맑은 산안개인 양 덧없는 영화를 버렸어라

- 『퇴계선생문집』 '청평산을 지나다가 감회가 있어'


若爲往踏金沙界 어떻게 하면 청평사 안으로 곧장 들어가
薝葍花開緩步吟 담복화 핀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읊어 볼까

- 『허백당시집』 '청평산의 동구를 지나다'


 


시민이 이어가는 천년의 숨결

청평사로부터 시작된 담백한 삶의 가치는 현대와도 연결돼 있다. 청평거사진락공이자현헌다례회(이하 '헌다례회')는 6월 6일 이자현 입적 900주기를 맞아 헌다례를 개최했다. 청평산 선동 식암에 70여 명이 모여 차를 올리고 '시대적 가르침'에 대해 논했다.


헌다례회는 이자현이 머물렀던 청평사를 춘천 차 문화의 시원(始原)으로 여긴다. 입적했을 때 방안에 차 향기가 가득했다고 할 정도로 이자현은 진정한 '차인'이었다. 계곡에는 세수터가 남아 있는데, 이들은 이 흔적을 이자현이 마련했던 '찻물터 유적지'로 본다. 차 문화를 계승·연구하는 일 역시 헌다례회의 소명이다.


이자현을 추모하는 헌다례는 1984년 춘천차회 주최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헌다례회가 이어받아 재개했다. 이자현의 가르침을 현대로 잇는 방식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그의 시호인 '진락(眞樂)'처럼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시대마다 지향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임근우 청평거사진락공이자현헌다례회 회장은 "이자현 선생은 종교를 넘어 차 생활을 즐기며 수행하고 무욕(無欲)을 실천한 선각자"라며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자극적인 현대 사회에 지친 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평거사진락공이자현헌다례회는 매년 이자현의 기일에 청평산 선동 식암에서 그를 위한 헌다례를 지낸다.



청평사를 활용한 문화 관광

인문학 스토리텔링 요소를 갖춘 청평사는 연간 15만 명이 찾는 관광지다. 춘천시는 관광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산사 음악회가 대표적이다. 사찰에서 국악을 감상하며 전통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고려와 현대를 잇는 문화 공연의 장이 펼쳐졌다. 가족 단위로 사찰 주변을 탐방하며 쓰레기를 줍는 '청평사 국가유산 지킴이', 설화와 역사 이야기를 활용한 '윤회전생, 나를 찾아 줘' 프로그램 등 체험도 다양하다.


춘천시는 청평사 인근 숲에 오토 캠핑 시설을 갖춘 '청평사 국민여가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역사와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다채롭고 깊이 있는 청평사 관람을 위해 문화관광해설사도 배치했다. 단체의 경우 홈페이지나 전화로 사전 예약할 수 있으며,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청평사 차원에서도 2023년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는 등 관광객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사찰이 가진 콘텐츠를 활용해 2년 연속 운영우수 사찰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禪)·다(茶) 문화축제'를 통해 유서 깊은 청평사의 참선과 차 문화를 대중에 알리려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묘담 청평사 주지스님은 "청평사의 역사성을 확립하고자, 족적을 남긴 스승 세 분을 위한 다례제를 지내며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산사 음악회나 사진전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도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관광 인프라 확장을 위한 노력

춘천시는 청평사라는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회전문 전통 단청 복원이 대표적이다. 회전문은 조선 중기 사찰 건축과 단청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고유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보물'이다. 회전문 단청은 세월의 흔적을 걷어내고 전통의 빛깔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다. 과거 보수 작업 시 본래 문양이 훼손됐었지만, 이번엔 철저한 고증을 위해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한 유리건판까지 확인했다. 전통 녹색안료 동록(銅綠)을 사용해 칠했고, 작업 과정에서 8잎 연화문 문양을 새롭게 발견해 반영하며 격을 한 단계 높였다.


춘천시는 탐방로 정비 및 보안등 설계, 선동교 안전진단에 나서는 등 문화유산 인프라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 앞으로도 공용 화장실을 보수하고 소방시설을 구축해 안전과 편의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청평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등 사찰의 역사성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청평사를 품은 오봉산 숲길을 정비하는 등 접근성 확대에도 나섰다. 오봉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이름난 산이지만, 일부 구간에서 토사가 쓸려 낙석 우려가 컸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춘천시는 바위 구간을 정비하고 밧줄과 발판을 교체하며 계단과 이정표 등 시설물을 설치했다.


자가용 없는 관광객도 편하게 청평사를 방문할 수 있도록 시티투어를 운영한다. 매주 목요일 소양강댐을 거쳐 청평사로 이어지는 코스다. 댐 정상에서 배를 이용해 청평사로 들어가 육로로 돌아온다. 청평사 일대에서 식사하는 일정으로, 상권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성인·청소년 6,000원, 초등학생·경로·장애인 4,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춘천시 관계자는 "청평사는 소양강댐과 함께 호수 문화권을 대표하는 관광지"라며 "역사적 자원을 보존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청평사 회전문 전통 단청을 복원하는 등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