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재창단한 남춘천여중 탁구부. 왼쪽부터 장재희 교장, 탁구부 최지우·김유안·최아연 선수, 이현규 교사.
8년 만의 재창단, 끊겼던 ‘엘리트 육성’의 맥을 잇다
"탁! 탁!" 경쾌한 탁구 소리가 춘천의 아침을 깨운다.
그 활기찬 신호탄은 2018년 선수 부족으로 해체됐던 남춘천여자중학교 탁구부의 재창단이다. 8년 만인 올해 4월 8일 다시 문을 열면서 초·중·고를 잇는 선수 육성 체계가 재정립됐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과 춘천시체육회, 춘천시탁구협회 등 각 기관이 지역 체육 인재 육성에 대한 마음을 하나로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남춘천여중 탁구부는 김유안(15), 최지우(15), 최아연(14) 선수 세 명이 모여 훈련한다. 김유안 선수가 "이기면 기분이 좋다. 계속 이기고 싶다! 이 마음 그대로 전국대회 입상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최지우 선수가 "무조건, 열심히, 잘 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막내 최아연 선수는 "힘도 들지만 탁구가 너무 재미있다. 언젠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에서 스매시를 날리는 날을 꿈꾼다"고 밝혔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현규 교사는 춘천 탁구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성수고 탁구부 출신으로 전국체전 우승까지 한 능력자다. 그는 "다시 탁구 꿈나무들을 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선수들이 즐겁게 운동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장재희 남춘천여자중학교 교장도 탁구와 인연이 깊다. 그 역시 성수고 탁구부 시절 청소년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낼 정도로 각광받던 선수였다. 장 교장은 "후배 양성과 지역 탁구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남춘천여중은 탁구부 재창단과 함께 총면적 349.92㎡ 규모의 탁구 전용 구장을 새롭게 마련했다. 학생 선수들의 훈련 공간은 물론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 개방과 각종 대회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춘천 탁구의 황금기, 그 중심에는 ‘무적’이라 불렸던 성수고등학교가 있었다. 1971년 3월 창단하고 그해 10월 제4회 문교부장관기 학생종별탁구대회에서 3위로 이름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성수고 탁구부는 현재까지 전국대회와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우승 깃발을 34번이나 들어 올렸으며, 개인전 우승도 32번이나 차지했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국가대표는 총 16명을 배출했다. 55년간 강원도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전국체전에 연속으로 출전한 학교는 전국에서 성수고가 유일무이하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성수고 탁구부의 전성기는 지금도 춘천 탁구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성수고 내에서 1등을 하면 전국 탑(top)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 국제대회와 전국체전 우승 후 춘천역에서 명동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요즘에는 좀체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춘천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남춘천여중 장재희 교장과 이현규 교사가 그 시절 춘천 탁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2010년대 중반에도 춘천 탁구의 저력은 이어졌다. 우리나라 남자 탁구의 간판인 국가대표 장우진(現 세아탁구단 소속·세계랭킹 9위) 선수의 등장이 주효했다. 장우진 선수의 눈부신 활약은 ‘탁구 명문 도시 춘천 성수고’를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성수고 출신의 탁구 선수들은 현재 강원도 및 춘천시 탁구협회, 교사나 지도자 활동, 탁구 클럽 운영 등을 통해 지역 탁구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어르신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한 춘천 대표단과 함호식 춘천시탁구협회 회장(가운데)
엘리트 선수들의 열기는 생활체육 현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춘천시탁구협회에 따르면, 현재 춘천에는 30여 개 클럽에서 2000여 명의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복지관과 체육시설 프로그램 참여자까지 포함하면 그 인원은 더욱 늘어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각종 대회 참가를 목표로 꾸준히 운동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탁구 대회는 협회장배와 춘천시장배, 소양강배, 주말리그, 전국 오픈 등 다양하며 클럽별 자체 교류전까지 더하면 사실상 연중 내내 이어진다.
오픈탁구클럽 김기숙(58) 씨는 자타공인 ‘탁구마니아’다. 그는 주 4회 하루 3시간씩 운동하며 1~2달에 한 번씩 대회에 참가한다. 김 씨는 "작은 공에 집중하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다이어트에도 최고"라며 "오랫동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탁구 라켓을 휘두르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 탁구 동호인들은 탁구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며 삶의 활력을 얻는다. 지역 사회에서 탁구가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지난해 5월 열린 춘천시 협회장기 동호인 탁구대회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동반성장 ‘명품 탁구 도시’ 재건
여기에 남춘천여중 탁구부가 재창단하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성장할 기반도 다시 마련되고 있다. 함호식 춘천시탁구협회 회장은 "탁구는 사람을 연결하고 삶에 활력을 주는 운동"이라며 "선수와 동호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춘천은 다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탁구 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분 만에 마스터하는 탁구 기초 규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