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교실 수업 준비중인 이창주 씨
한 사람의 인생은 때로 먼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창주(66) 씨의 삶도 그러하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줄곧 엔지니어로 일하며 해외 곳곳을 누볐다. 타국에서의 경험은 영어를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언어’로 남게 했다.
약 5년 전, 인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온 이유는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병간호에 전념했던 시간은 그 어떤 사회적 성취보다 값진 의미였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금도 그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묘소를 찾아 변함없는 효심을 이어가고 있다.
“입이 열려야 세상이 보이죠” 마음의 문 여는 영어 교실
그는 해외 생활에서 얻은 나눔의 가치를 지역사회와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무료 영어교실을 열었다. 춘천 시민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작은 수업은 어느덧 꾸준히 이어지는 배움의 장이 되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모두의 살롱’은 영어를 매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찬다.
이 씨의 수업은 문법보다 ‘표현하는 용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언어는 입이 열려야 됩니다. 자신감과 단어만 있으면 일단 말해보세요.” 수업 방식은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다. 일상 속 다양한 주제를 미리 공부해 온 뒤, 수업 시간에는 오직 영어로 질문하고 답한다. 틀린 표현은 즉시 교정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은 반복해 익힌다. 참여자들은 완벽한 문장 대신 핵심 단어에 집중하며 소통의 즐거움을 배운다. 일상적인 주제로 영어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다 보면, 영어는 어느새 낯선 언어가 아닌 ‘살아있는 도구’가 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정미숙(66) 씨는 “꾸준히 영어회화를 하다 보니 이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무심코 영어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언어를 넘어 삶을 나누는 시간
그의 수업은 단순한 영어 강의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철학이 담긴 ‘나눔의 현장’이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영어를 나와 거리가 먼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어로 입이 조금만 열리기 시작하면, 세상을 향한 자신감도 함께 열리게 됩니다.” 그의 말처럼, 교실을 나서는 참여자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춘천의 한 공간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는 이 작은 실천은, 우리가 가진 재능이 이웃과 만날 때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영어교실 수업에 참여하는 시민들. 수업은 오직 영어로만 진행된다.
장소 모두의 살롱 (효석로 9번길 11-8, 1층)
시간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문의 010-2304-4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