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인 김경희 대표(왼쪽)와 언니인 김윤정 연구소장(오른쪽)
“발달장애인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하는 것. 저희가 꿈꾸는 일이에요.” 언니 김윤정(50) 연구소장과 동생 김경희(47) 대표 자매는 2017년 춘천 칠전동에서 카페 겸 심리발달센터를 열고 나비소셜컴퍼니(이하 ‘나비’)를 시작했다. ‘나비’는 ‘나’와 영어 ‘Be’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는 뜻을 담았다. 자매가 나란히 걸어온 9년, 그 시간이 춘천의 온기를 만들고 있다.
복지관 담장을 넘어 마을 안으로
발달장애인들이 복지관과 재활병원, 사설 센터를 전전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자매는 마을 카페에 심리상담과 미술·모래놀이 치료를 결합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문턱 없이 누구나 드나드는 일상 공간’이 나비의 첫 번째 모델이었다. 이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사회적 책임을 중심에 두겠다는 선언으로 지금의 나비소셜컴퍼니가 됐다. 김경희 대표는 “복지관 안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은 아니다”며 “그 자체로 장애인이 사회적 경험을 하는 데 고립의 경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을 만드는 사람들 ‘원더풀잡스’
자매의 고민은 항상 “내 가족과 이웃이 그 자리에 있다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에서 출발한다. 나비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왔다. 책꽂이를 관리하는 직무, 직원 생일을 챙기는 사내 복지사, 공익 이슈를 시민에게 알리는 소셜 캠페이너 등 틈새 업무에 이름을 붙여 직업으로 만드는 ‘창직(創職) 실험’을 이어온 끝에 발달장애인 일경험센터 ‘원더풀잡스’가 탄생했다. 춘천형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현장에서 농장 실습·생협 꾸러미 작업 등 다양한 일감을 고도화했다. 김윤정 연구소장은 “보호가 필요할 땐 보호받고, 준비되면 일로 나아가고, 힘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라며 “보호, 훈련, 일자리가 하나의 흐름 안에 통합된 설계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비소셜컴퍼니는 칠전동 케어팜 그린허브에서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공공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정원 활동을 벌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이 중심이다
나비소셜컴퍼니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를 활용해 발달장애인이 가게에서 스스로 주문하고 의사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인근 상권의 소상공인과 함께 그림과 실물 이미지를 담은 메뉴판을 만들었고, 취지에 공감한 가게들이 늘어나며 칠전동은 발달장애인 친화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나비찬 카페’ 위탁 운영을 맡아 ‘생활 경험’을 주제로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활동을 본격화했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주문을 받고 디저트를 내어주며 하루를 채운다. 효율보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 이 카페가 선택한 철학이다. 나비는 발달장애인들이 지역 곳곳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활동하는 터전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일상 속에서 발달장애인이 보이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비로소 사람들이 장애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자매의 생각이다. 오랜 시간 같은 꿈을 품어온 자매의 날갯짓이, 이 도시에서 더 넓게 퍼져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