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검색 닫기

VOL.425

2026-06
#도란도란
생태계 교란종 '가시박' 시민손으로 뿌리 뽑는다.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춘천시민 이야기


시민들이 하중도수변생태공원에서 가시박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생태계의 불청객 ‘가시박’

풀이 무성한 숲으로 봉사자들이 들어섰다. 허리 숙여 잎 모양을 확인하고, 가시박 줄기를 조심스럽게 걷어냈다. 싹을 뿌리째 뽑는 작업도 이어졌다. 장갑에는 흙이 묻고, 한쪽에는 뽑아낸 가시박이 수북이 쌓였다.


강변과 산기슭을 뒤덮는 ‘가시박’은 북미에서 들어온 생태계 교란종이다. 주변 식물을 타고 올라가 햇빛을 차단해 토종 식물을 죽인다. 가을과 겨울엔 갈색으로 말라붙어 경관을 해치고,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가 되는 불청객이다.


가시박은 일상에서도 구분할 수 있다. 잎은 손바닥처럼 넓게 펴졌고, 덩굴손으로 인근 식물이나 나무를 휘감는다. 어린싹일 때는 작은 호박잎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라면서 주변을 빠르게 뒤덮는다. 여름에는 흰빛이 도는 작은 꽃을 피우고, 이후 이름처럼 가시 돋은 열매가 맺힌다.


가시박 제거 위해 시민이 나섰다

춘천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가시박 문제를 해결하고자 춘천시 자원봉사센터와 협업해 ‘가시박 싹 뽑기 캠페인’을 마련했다. 가시박의 무서운 번식력을 막기 위해 많은 시민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동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송성훈 춘천시자원봉사센터 주임은 “초록색 침략자가 호반의 도시를 뒤덮었다”며 “가시박은 겨울이 찾아오면 흉물로 변해 수변 경관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발아 시기가 당겨져 4월부터 제거를 시작했다. 특히 5~6월은 주변 풀이 무성해지기 전에 싹을 찾아 뽑아내기 좋은 시기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일상에서 가시박을 발견하면 뿌리째 뽑아 모은 뒤, 다시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흙이 없는 햇볕 잘 드는 곳에 둔다. 이후 타임스탬프가 남도록 사진을 찍어 QR코드로 제출하면 확인을 거쳐 봉사 시간도 인정받을 수 있다.


호반의 도시를 지키는 일상의 손길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캠페인 참여 인원은 2023년 247명에서 지난해 1,899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초기부터 200여 명이 동참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춘천시가족봉사단, 춘천시산림조합 숲사랑봉사단 등 여러 단체가 구역별 관리와 하중도수변생태공원 연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을 알리기 위한 특별한 체험도 진행됐다. 5월 9일과 16일 하중도수변생태공원에는 ‘가시박 보물찾기’ 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생태계 교육, 천연 벌레 퇴치 스프레이 만들기 등을 통해 시민들은 가시박의 생김새와 제거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었다.


김미화 춘천시산림조합 숲사랑봉사단 회장은 “봉사자들의 노력만으로는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이 산책길에서 발견한 가시박을 하나씩 뽑는다면,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를 되찾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캠페인 동참을 당부했다. 도시를 지키는 실천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작은 싹 하나를 지나치지 않는 마음, 그 손길이 모여 강과 숲을 숨 쉬게 한다. ‘초록색 침략자’를 막아내는 힘은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