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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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9

2019.4
#봄내를 만나다
장애인의 달 특집
음악으로 장애를 극복한 유연수 씨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한 하모니카



따사로운 3월의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구봉산 기슭 ‘산토리니’에서 들려오는 하모니카 멜로디가 대지를 깨운다.

두 살 때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유연수(72) 씨가 지도하는 ‘노랑새 하모니카 합주단’의 열정적인 모습이다.


어린 시절 유 씨는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혼자 눈물을 삼키곤 했다. 세상에 태어난 것이 싫었고 불편한 다리를 준 신이 미웠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절망의 늪에서 살아가다 60대 끝자락에 새로운 운명의 길이 열렸다. 우연히 찾은

조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게 된 것. 박상명 선생님으로부터 하모니카를 배우며 귀찮고 괴롭게 느껴졌던 생활에 알 수 없는 활력소가 생겨났다.

음악을 좋아하던 유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하모니카 실력이 늘어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점점 하모니카의 매력에 빠졌다. 하모니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며 ‘향인앙상블’ 동호회에 합류, 양로원 등에 위문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모니카 실력을 인정받으며 직접 가르쳐보라는 권유를 받고 2017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수강생들은 주로 60·70대의 전직 공무원과 교사들로 반응이 뜨겁다. 하모니카 동호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지난해부터 수강생을 두 팀으로 나누어 가르치고 있는데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팀을 더 늘려야 할 정도다.


“하모니카 덕분에 긴 세월 혼자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아픔을 털게 되었고 삶의 이유와 목적도 바뀌었습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 씨에게 하모니카를 배우고 있는 ‘산토리니’ 사장 내외분으로부터 자신의 카페에서 수업을 하도록 강의실을 제공받았고 수강생들의 열정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강의활동이 성장되어 간다면서 유 씨는 즐거워했다.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올가미도 자신을 구속할 수 없을 거라는 유 씨.

본인 이름으로 된 학원을 내서 본격적으로 강사 활동도 하고 싶지만 경제사정도 안 좋고 건강도 여의치 못해 아쉽다고 했다. 유 씨는 문학 작가를 꿈꾸며 문학교실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저처럼 장애로 힘들어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내고 열심히 살면 좋은 일이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