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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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4

2026-05
#오래오래 가게
변하지 않아서 더 반가운 춘천의 노포들
우리 함께 나이 먹어요 ‘미가락’
변하지 않아서 더 반가운 춘천의 노포들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 곳. 스무 살이던 그때처럼, 지금도 이곳에서는 진로를 묻고 연애 이야기를 꺼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게 된 뒤에도, 이곳에 오면 어쩐지 철부지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괜히 칭얼거리고 싶은 곳. 미가락이다.


미가락은 1999년 9월 11일 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 공간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에 지어진, 마당이 딸린 한 채의 집. 처음에는 두 건물을 오가며 가게를 운영했지만, 오가는 수고 끝에 지금의 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래된 집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식당이 되었다.


정영호 사장의 말처럼, 이곳은 여전히 집의 형태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가족이 살던 공간이었고, 그 구조를 바탕으로 가게가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처음 찾는 사람에게도 낯설기보다 편안함을 먼저 건넨다.





미가락이라는 이름에도 이곳의 성격이 담겨 있다. “맛 미(味), 먹을 식(食), 즐거울 락(樂).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집이라는 뜻이에요.” 처음에는 한자 간판 때문에 일식집으로 오해받아 초밥을 찾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한자는 내렸지만, 이름에 담긴 의미는 그대로 남았다. ‘목적 없이도 들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개업 때부터 지켜온 메뉴는 갈빗살 구이다. 처음에는 소고기 위주였지만, 광우병 파동과 한우 가격 상승을 겪으며 돼지고기로 메뉴를 넓혔다. 그럼에도 갈빗살만큼은 한 번도 메뉴판에서 빠진 적이 없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면 기름 향이 퍼지고, 테이블은 금세 따뜻해진다. 정 사장이 꼽은 또 하나의 대표 메뉴는 만두전골이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에 누룽지를 띄워 먹는 맛. 졸업생들이 춘천에 올 때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이던 애들이 이제 회사에서 팀장이 되고… 다 같이 늙어가는 거지 뭐.” 이곳을 찾던 학생들은 어느새 사회인이 되어 돌아온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는 이들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졸업생은 서울에 취직한 뒤에도 1년에 서너 번은 꼭 들른다고 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술 한잔하러 가도 돼요?” 하고 연락이 온다고도 했다.



동아리 행사중인 한림대학교 학생들



포장마차 분위기의 ‘미가락’ 실내 전경

 


매일 양념을 만들고 수많은 메뉴를 지키면서도, 그는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기억한다. 이름을 기억하고, 성격을 기억하고, 지금의 안부를 걱정한다.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한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는 졸업생 이야기를 꺼낼 때, 그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럽게 걱정이 묻어났다. “잘 졸업해 놓고 괜히… 잘 살고 있어야 하는데, 다쳤다니까.” 말끝은 흐려졌지만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이곳에서 손님은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인연이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지.”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모두에게 추억으로 남는 곳이면 좋겠어. 좋았던, 행복했던 장소로.”


미가락은 단순히 들렀다 가는 식당이 아니다. 각자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삶의 한 부분이 되어가는 공간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다시 생각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을까. 미가락은 해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말해도 괜찮다고 허락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다시 이곳을 찾는다. 다시 한번 털어놓고 싶어서.



미가락 🎯 춘천시 성심로 8-2   ☎ 255-5087


이수현    2001년생.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콘텐츠로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