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역 인근에 습한 기운을 머금은 초록빛 공간이 있다. 기후 위기 시대, 탄소를 흡수하는 이끼가 가득하다. 춘천으로 이주한 청년 농부가 이끼의 환경적 가치에 주목해 세운 ‘이끼정원’이다.

테라리움은 이끼를 활용해 직접 만드는 ‘작은 생태계’다.
청년 사업가, 이끼 농부가 되다
김민재(38) 이끼정원 대표는 서울에서 직원 40여 명을 두고 매연 저감 장치 사업을 운영하던 기업가였다. 정부 예산 변화 등 사업의 미래를 고민하던 그는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이끼에 매료됐다. 이끼를 재배할 인프라와 자연환경을 갖춘 지역을 물색하다가 2023년 춘천에 정착했다. 서면을 거쳐, 신동면에 자리를 잡은 뒤 본격적인 이끼 농업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춘천에서 유일하게 이끼를 직접 재배하고 교육하는 농업인이다. 그는 이끼로 만드는 ‘테라리움’ 체험에 주력하고 있다. 테라리움(terrarium)은 유리 용기 안에 재현한 작은 생태계로, 동물이 포함된 비바리움(vivarium)과 비교해 식물의 자생에 집중한다.

김민재 이끼정원 대표가 수강생들에게 이끼의 특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끼는 지구 최초의 육상식물로, 탄소를 흡수해 없애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김 대표는 단순히 장식용 유리병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이끼에 이름을 붙이고 스스로 순환하는 생태계를 돌보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보다 건강한 이끼의 생태적 가치를 우선한다. 이런 전문성을 인정받아 김민재 대표는 강사로도 활동하며 이끼의 효능을 알리고 있다.
춘천 생활의 안온함
춘천의 느긋한 삶은 이끼가 주는 위안과 닮았다. 낮에는 정원을 찾는 손님을 맞이하고 밤에는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호수를 바라보며 얻는 평온함은 서울살이의 번잡함과 차원이 다르다. 낡은 주택과 심야 전기의 불편함도 춘천이 주는 안온함 앞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농업인 단체인 춘천시청년4-H연합회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정착의 뿌리를 내렸다.
김민재 대표는 춘천의 습도가 키워낸 이끼가 시민들의 책상 위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 그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은 정체를 뜻하지만, 반대로 이끼는 구르기를 멈추고 자리를 지키는 돌 위에서만 생명의 숲을 이룬다”며 “춘천에 멈춰 서서 피워낸 이 초록빛 조각들이 세상을 조금 더 맑게 정화하는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