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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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4

2026-05
#트렌드 춘천
외국인유학생 인턴십
춘천에서 일하고 여기서 살기로 했다
춘천시 외국인 유학생 취업연계형 인턴십을 살펴본다.




춘천에는 3,198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졸업 뒤에도 이곳에 남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착은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일할 기회가 먼저 닿아야 한다.

춘천시의 ‘외국인 유학생 취업연계형 인턴십’은 바로 그 통로를 넓히기 위한 시도다.

그 문을 통해 춘천에 뿌리내린 노문다리와 하네스티를 만났다.



(왼쪽)노문다리(34·몽골), (오른쪽)하네스티(28·인도네시아) 




사무실에서 새로 발굴한 제품을 함께 검토하는 세 사람 



네 개의 언어, 하나의 사무실 

4월 10일 오후 2시 후평동에 위치한 ㈜글로벌강원무역 사무실. 한상운 대표가 테이블 위에 제품 두 개를 올려놓고 노트북 화면을 펼쳤다. 이번에 발굴한 고체치약이다. 노문다리와 하네스티가 노트를 펴고 설명을 받아 적는다. 춘천시 외국인 유학생 취업연계형 인턴십 사업에 참여한 이곳은, 작년 12월부터 2개월간의 인턴십을 거쳐 두 명을 모두 채용했다. 인턴십이 끝난 지 석 달. 두 사람은 아직 이 사무실에 함께 있다. 노문다리는 몽골 바이어 발굴을 맡고, 하네스티는 해외 SNS 마케팅을 담당한다. 몽골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한국어 가 뒤섞인 이 작은 사무실은 어느새 춘천의 수출 전진기지가 됐다.




인턴십 프로그램에서 나란히 1, 2등을 한 노문다리와 하네스티 



이 만남을 이어준 건 춘천시 외국인 유학생 취업연계형 인턴십이었다. 춘천시와 강원대학교, 한국수자원공사가 손을 잡고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지역 기업과 외국인 유학생을 연결해 실무 경험을 쌓고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시범 사업 3개 기업·7명으로 출발해 지난 겨울에는 19개 기업·25명으로 확대됐다. 춘천 인구는 줄고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은 3년 새 2,037명에서 3,198명으로 늘었다. 지역 기업의 인력난과 유학생의 정착 의지가 맞물린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다. 





 


몽골 출신 노문다리(34) 씨가 한국에 온 건 2017년이다. 처음 엔 한국어를 배우러 왔다. 강원대 어학원 1년, 석사 과정, 그리고 지금은 박사 3년 차. 어느새 8년이 흘렀다. 그사이 몽골에서 함께 들어온 남자친구는 남편이 되었고, 아이도 둘 낳았다. 몽골로 돌아갈 이유가 줄어드는 대신, 여기 남을 이유가 하나씩 늘었다. “처음엔 공부하고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몽골에 가기가 싫어졌어요. 애들도 여기 있고.” 아이를 낳고 보니 춘천이 달리 보였다. 몽골은 병원이 부족해 늘 붐빈다. 아이를 데리고 가도 진료 한번 받기가 쉽지 않다. 춘천 은 달랐다. 외국인 아동도 어린이집 비용의 90%를 지원받는다 는 걸 알게 됐다. “춘천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에요.”  


인턴십에 지원한건 조직 생활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학교와 명예통역관 활동 외에 제대로 된 일터 경험이 없었다. 경쟁을 뚫고 인턴십 기회를 얻었고, 2개월 뒤 수료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은 몽골어 사업소개서 번역과 몽골 바이어 소통을 맡고 있다. AI 번역이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현지어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바이어와는 신뢰 관계가 있어야해요. 현지어를 엉뚱하게 쓰면 신뢰를 쌓기가 어렵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8년이 쌓였다. “운 좋게도 한국에 와서 계속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있어 요. 너무 다행이에요.






인도네시아 출신 하네스티(28) 씨의 춘천행은 사실 본인이 고른게 아니었다. 한국 정부 장학금으로 대구대 어학당에서 1년을 보낸 뒤, 2022년 강원대 생물공학과에 입학했다. 학교는 장학금 운영기관이 배정해줬다. 그런데 와보니 춘천이 좋았다.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하고 환경도 편해요.” 

전공은 생물공학이었지만 졸업을 앞두고 방향을 틀었다. 생물공학은 연구실 경험이 필수인데, 외국인 학생인 자신에게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대신 평소 즐겨 하던 영상 제작과 SNS 마케팅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인턴십에 지원한건 한국의 일터가 궁금해서였다. 일을 해보고 싶었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었다. 고국 에는 없는 존댓말. 대표님께 말을 걸 때 실수하지 않을까, 문법이틀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막상 해보니 기우였다. 한상운 대표는 업무를 설명할 때 천천히, 핵심만 짚어서 말하고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인턴십에서 인도네시아어 제품 소개 영상을 제작하고, 싱가포르 바이어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 2월 졸업식 날, 한 대표가 꽃다발을 들고 왔다. 노문다리 씨도 함께였다. 인턴십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 제안이 왔고, 4월 21일 부터 춘천의 화장품 기업 ‘지원바이오’에 정식 출근한다. 취업 확정 소식을 들은 날엔 인도네시아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눈물이 났다. “혼자서 한국에 와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합격하니까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평생의 멘토가 되겠습니다” 

이들에게 인턴십 경험을 제공한 한상운 (주)글로벌강원무역 대표(59)는 22년간 군 장교로 복무하다 전역 후 무역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15개국에 고정 바이어를 두고 강원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한다. 인턴십에 참여한 건 단순한 인력 수요 때문만은 아니었다. 


춘천 소재 대학의 무역학과 졸업생은 서울로 떠나고, 지역 기업엔 해외 업무를 맡길 인력이 없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언어 강점으로 지역에 남고 싶어 한다. 이들을 해외 마케팅과 바이어 발굴 쪽에 활용하면 만족도가 높다는게 한 대표의 판단이다. 


하네스티 씨 아버지와 동갑인 한 대표는 스스로 ‘한국의 아버지’를 자처한다. 아기가 독감에 걸렸을 때 노문다리 씨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고, 운전면허부터 따라고 챙긴다. 한국어가 막히면 영어로, 영어가 막히면 몸짓으로 소통한다. 답답해하는 법이 없다. 세 사람 은 지금도 단톡방에서 안부를 주고받고, 가끔 밥도 먹는다. 다른 인턴십 학생들이 두 사람을 부러워한다. 한 대표는 이들이 한국의 문 화를 배워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재미있다고 했다. 


“3일, 3주, 3개월, 3년을 버티면 30년 갑니다. 잘 버티면 성공할 수 있어요.” 


춘천시는 올해 외국인 유학생 취업연계형 인턴십을 50명 규모로 확대한다. 졸업예정자 중심으로 선발해 취업률을 높이도록 설계를 보완했다. 노문다리, 하네스티 씨처럼 춘천에서 일하고 여기서 살기로 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