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와~ 할머니도 AI 해요?”
책을 받아 든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 질문에 정희경 (66) 씨는 자신이 만든 동화책을 안겨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그럼 그림도 AI가 그렸어요?”, “그럼 금반지는 지금 어디 있어요? 직접 보고 싶어요”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정 씨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AI 동화책 봉사단은 어르신들이 챗GPT 같은 AI 프로그램을 배워 직접 동화책을 만들고, 어린이집을 찾아가 낭독과 책 전달 활동을 하는 봉사단이다. 60대 중반부터 80대 중반까지 복지관 회원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관은 어르신을 변화에 뒤처진 존재가 아니라, AI와 같은 새로운 지식을 주도적으로 배우고 나누는 주체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이 봉사단을 기획했다. 2025년 강원특별자치도 노인복지증진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뒤 퇴임한 정희경 씨는 복지관에서 봉사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정 씨는 남산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디지털 교육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퇴임 후에도 “노인도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지역에 기여할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봉사단은 그 마음을 실천할 계기가 됐다. 정 씨가 만든 책은 ‘할머니의 금반지’다. 어린 시절 모내기 날, 논에 빠져버린 할머니의 금반지가 벼베기 때 진 흙 위에서 다시 반짝 모습을 드러내며 쌀과 함께 되찾게 되는 이야기다. 정 씨가 직접 겪었던 실제 일화로, 가족의 기억에만 있던 이 이야기는 AI를 통해 동화책으로 완성됐다.

챗GPT 가입부터 삽화 제작까지, 시행착오를 넘다
AI로 동화책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가입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삽화 역시 단어 선택에 따라 표정·동작·배경이 달라져 원하는 장면을 얻기까지 입력 문장을 여러 번 고쳐 써야 했다.
정 씨는 “입력 단어 하나가 표정과 몸짓을 바꿔요. 딱 맞는 그림을 얻으려면 계속 고쳐 써야 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동화책을 더 잘 만들어보고 싶어 개인적으로 챗GPT 유료 버전을 구독하고, AI 활용 영상을 찾아보며 혼자 공부했다. 그 결과 그림책 14권이 출판돼 총 280권이 제작됐고, 단원들은 춘천 지역 어린이집·유 치원 8곳을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전달했다.
새해에도 이어지는 봉사활동
정 씨는 올해도 봉사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처음엔 낯설 었지만, 함께 배우고 서로 도우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이 AI를 직접 써보는 시간도 함께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의: 춘천남부노인복지관 ☎ 241-5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