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초록 빛을 먹는 시간, 산나물의 계절 3월이다. 기후 온난화로 재배 적지가 북상하면서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었던 품질 좋은 산나물이 춘천의 기후환경과 딱 맞아 떨어졌다. 산나물은 일교차가 클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향을 진하게 내뿜고, 조직이 치밀해져 식감이 아삭해진다. 따뜻한 남부지방 보다 춘천의 산나물이 향과 풍미가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봄, 두툼한 낙엽을 뚫고 움트는 산나물의 힘을 느껴보자.
![]() | ![]() |
| 잎이 곰 발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곰취’라 불린다. 쌉싸름한 향이 입맛을 깨운다. 잎자루가 길고, 잎은 대개 어른 손바닥만큼 넓다. |
![]() | ![]() |
| 산과 들에서 자라는 ‘취’ 종류 나물의 총칭으로,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살짝 데쳐 무치면 풀향이 고르게 퍼진다. |
![]() | ![]() |
| 줄기 끝에서 하늘을 향해 자라는 두릅나무 새순은 해마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봄 선물이다. 산에서 자란 것은 향과 쌉싸름한 맛이 더 또렷하다. 새순만 채취해야 나무가 약해지지 않는다. |
![]() | ![]() |
| 오가피나무에서 막 돋아난 어린 순이다. 향이 진하고 식감이 단단하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튀김, 전으로 즐기면 봄기운이 살아난다. |
![]() | ![]() |
| 지천에 널린 고급 산나물. 어린 잎은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잎맥이 선명 하다.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며 ‘소고기 나물’이라는 별명이 있다. 데친 새싹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특히 맛이 좋다. |
![]() | ![]() |
| 산+마늘, 야생 마늘이라는 뜻에서 온 이름으로 ‘명이’라고도 부른다. 마늘 향이 은은하게 나며 줄기 하나에 잎이 두 장씩 달린다. 쌈이나 장아찌, 무침으로 즐긴다. |
![]() | ![]() |
| 짙푸른 잎이 먹물처럼 보여 머구, 머위라 부른다. 봄나물 가운데 가장 먼저 수확한다. 새순에서 올라오는 상쾌한 향과 은근한 쓴맛은 재배 채소에서는 맛보기 어렵다. 어린 잎은 쌈으로, 줄기는 볶음으로 즐긴다. |
![]() | ![]() |
| 우리 밥상에서 가장 익숙한 산나물 가운데 하나다. 솜털이 많고 적당히 굵으며, 길이 20~30㎝ 안팎인 것이 좋은 고사리다. |
![]() | ![]() |
| 산에서 자라는 잔대의 어린 순이다. 쌉싸름한 맛 뒤에 은은한 단맛이 돈다. 데쳐 무치면 향이 부드럽다. |
![]() | ![]() |
| 가시가 돋친 엄나무에서 돋아나는 어린 순으로, 살짝 아린 맛과 고소한 향이 난다. 데쳐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으면 향이 우러난다. |
춘천에서는 산속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키우는 '임간재배'가 많다.
모양은 다소 투박하지만,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받고 자라 약성이 뛰어나다.
“심산 속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의 품에서 그대로 펴질 대로 펴지고 자랄 대로 자란 싱싱하고 향기로운 이 산나물 같은 맛이 사람에게도 있는 법이건만, 좀체 순수한 산나물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요새 세상엔 힘 드는 노릇 같다. 산나물 같은 사람은 어디 있을까? 모두가 억세고, 꾸부러지고, 벌레가 먹고, 어떤 자는 가시까지 돋쳐 있다. 어디 산나물 같은 사람은 없을까?”
-노천명의 <산나물> 중에서



“봄이에요. 오늘 날씨 좀 봐요.
산에 반짝반짝 솜털이 내려앉은 것 같잖아요. 산나물의 계절이 왔네요.”
2월 12일 춘천 서면 당림리 산자락. ‘보라시골’ 정원에는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었다. 땅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낙엽 사이로 작은 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서미순 소장(65)이 허리를 굽혀 막 올라온 싹을 살폈다.
보라시골의 앞산과 뒷마당은 그에게 작은 식자재 창고이자 부엌이다. “아직 땅이 얼어 새순이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지나면 냉이랑 달래 뿐 아니라 두릅도 지천이에요.” 그는 얼어붙은 흙을 손으로 쓸어보며 봄의 안부를 먼저 전했다. 눈앞에 펼쳐진 산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도시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싼 산나물들이, 이 산속에는 흔하게 널려 있어요.”
서 소장은 1997년 춘천에 정착했다. 봄이면 곰취가 올라오고 두릅이 가지 끝을 밀어 올리고, 눈개승마가 솜털을 털며 고개를 드는 곳이었다. 지천에 널린 산나물이 좋아 나물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물연구소’를 열었다. 춘천산 식재료와 4,958㎡ (1500평)규모의 정원에서 채취한 나물을 자연주의 방식으로 조리해 건강하게 먹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나물의 ‘격’을 높이고 싶었다고 말한다. “밥상에서 나물이 주재료가 되고, 육류는 곁들이는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먹을 게 많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건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산을 다시 보게 됐다. 자연의 시간을 따라 자라는 음식, 그 답이 산나물에 있다고 믿는다.
“산나물은 자연에서 그대로 자랍니다.
그래서 향이 다르고, 맛이 단단해요.”
혹독한 겨울을 견딘 시간이 잎과 줄기에 배어 있다. 그래서 산나물은 그 자체로 봄의 맛이다.
서 소장은 특히 춘천 산나물의 맛을 강조한다. “춘천은 밤낮 기온 차가 크잖아요. 그만큼 잎이 단단하고 향이 깊어요.” 같은 나물이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춘천 산자락에서 자란 곰취는 쌉싸름함이 또렷하고, 두릅은 순이 단단해 향이 오래 남는다. 눈개승마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 산나물은 산의 기운을 그대로 품기 때문에, 지역을 닮는다.
그는 산나물을 ‘제철을 아는 식재료’라고 부른다. “억지로 키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올라와요. 그래서 더 믿음이 가죠.” 봄이 아니면 만날 수 없고, 그 시기를 지나면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산나물을 먹는다는 것은 짧은 계절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춘천의 봄은 그렇게 산에서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