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 임대, 임대” 요즈음 골목상권에는 한 점포 건너 빈 상가가 수두룩하다.
온라인 중심 쇼핑 문화가 자리 잡고 소비심리가 움츠러들수록 풀뿌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의 한숨이 깊어진다.
지역 경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춘천시는 ‘민생’에 중점을 두고, 소비 진작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리기에 나섰다.
덕분에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민생경제의 원동력’ 골목상권 살리기
대표적인 변화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자주 찾는 ‘골목형상점가’ 확대다.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핵심 점포 중심으로 소규모 유망 골목상권을 조성하기 위해 4월 중 ‘골목형상점가’ 지정 요건을 완화 하기로 했다. 현재는 2,000㎡ 이내에 소상공인 점포 25개 이상 밀집한 구역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고 있지만, 조례 개정을 통 해 기준을 ‘15개 이상’으로 낮출 계획이다. 밀집도 기준을 하향해 현 재 7곳인 골목형상점가를 14곳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됐을 때 가장 큰 장점은 해당 상권이 사실 상 전통시장과 유사한 지위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상인회는 조직 화를 통해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상점가 구역 내 점포는 온누리상 품권 가맹점이 될 수 있다. 시설·경영 현대화, 주차 환경 개선, 활 성화 사업 등을 신청할 자격도 주어진다. 인프라 개선을 통해 더 큰 경쟁력을 가진 상권으로 거듭날 기회를 얻게 된다. 시민들은 쾌적 한 환경에서 상품권을 사용해 저렴한 가격에 소상공인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지역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프라 개선과 소비 촉진 행사 등을 통해 더 많은 시민으로 북적일 ‘골목형상점가’의 모습을 AI를 활용해 그려봤다. 위는 강원대 후문, 아래는 뒤뜰 골목형 상점가.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전통시장과 전통시장법 및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상점가(명동, 지하상가, 육림고개, 인공폭포, 요선동상점가), 원도심 상권활성화 구역뿐 아니라 골목형상점가에서도 이 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10% 할인가로 충전할 수 있는 데다, 최대 보유 한도를 200만원까지 허용한다. 연말 정산 시 전통시장 소득 공제 혜택도 존재한다. 평소 지역 상권 이용이 활발한 소비자라면 실질적인 할인 효과가 크다.





전국 지역 상권의 47%는 점포 수 100개 미만의 소형 상권이다. 이중 소상공인이 밀집한 상점가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골목형상점가’를 지정하고 있다. 춘천에서는 2022년 강원대 후문, 2023년 후평3동 행복마을, 2024년 뒤뜰과 한림대, 지난해 낙원동, 조운동, 브라운가 등이 각각 골목형상점가로 이름을 올렸다.
'춘천 골목형상점가 1호’ 강원대 후문
2월 3일 점심시간, 방학 중임에도 강원대 후문 상권은 식사하러 나온 대학생들로 분주했다. 학기 중과 비교해선 다소 조용한 편이지만, 침체를 겪고 있는 다른 지방 대학 주변과 비교해 이 일대는 젊음의 활기가 가득하다.
강원대 후문은 2022년 7월, 춘천에서 가장 먼저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이후 다양한 지원 사업을 활용해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상인들의 노력과 춘천시의 든든한 지원이 바탕이 됐다. 상인회는 상권의 주요 구역을 보행자 우선 거리로 조성하고, ‘문화가 있는, 걷고 싶은 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 했다.
춘천시는 강원특별자치도와 함께 ‘강원형 골목상권 조성 사업’ 을 통해 이곳에 마케팅과 시설·환경 개선, 상인 역량 강화 등을 지원했다. 골목 가요제 같은 대학 연계 축제, 페이백 등 다양한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인 결과, 강원대 후문은 대학생에게 사랑받는 근린 상권으로 거듭났다.
강원대 후문 상권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기관의 지원 사업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강원지식재산센터의 ‘전통시장·골목 상권 공동브랜드 개발지원 사업’을 통해 ‘크누타운’(강원대학교의 영문 약자인 KNU를 활용한 명칭) 상권 브랜드 개발에도 나섰다. 로컬의 색깔을 덧입히며 상인들이 직접 상권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와 캐릭터를 만들었다. 강원대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학생들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고 있다.
노력의 결과는 매출로 이어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강원대 후문 상권 요리주점 업종의 지난해 11월 월 평균 매출은 1,150만원으로, 1년 전(1,17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매출 건수는 같은 기간 445건에서 603건으로 늘어 나며 어려워진 경제 환경에서도 활력있는 상권의 모습을 보였다.
주차난 해결, 달라질 상권의 미래
상권은 공영주차장 조성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았다. 춘천시는 설 연휴를 앞둔 12일부터 강원대 후문 도화골 공영주차장 운영을 시작했다. 주차장은 내년 1월 말까지 무료 개방할 예정으로, 주차난이 심각했던 상권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무료 운영

춘천시는 2월 12일 강원대 후문 도화골 공영주차장 준공식을 열고, 주차장 무료 개방을 시작했다.

골목상권 이용 시 주차 걱정하지 마세요!
강원대 후문 도화골 공영주차장이 운영을 시작했다. 주차 불편이 사라지면서 상권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전망이다.
춘천시는 골목형상점가 이용객에게 인근 공영주차장 2시간 주차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상인회 소속 가게를 이용하면 QR코드를 통해 할인받을 수 있다. 요금 징수 시간은 기존 오전 8시~오후 8시였던 것을 오전 9시~오후 7시로 개편했다. 주차장 무료 개방 시간을 확대해 상권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간 이후에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상인회 소속 점포에서 2시간 주차 이용권을 받을 수 있다.
조례 개정을 통한 기준 완화로 골목형상점가 구역도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기준에 미달해 관습적으로 인식하는 강원대 후문 상 권의 범위와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구역이 일치하지 않았는데, 이를 계기로 범위를 확장하며 집적 효과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김팔성 강원대학교 후문 골목형상점가 상인회장(할리스 춘천 강원대점 대표)은 “상인회 차원에서 대학생과 함께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의 거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공영주차장이 생겨 주차난이 해결된 만큼, 강원대 후문 상권을 많이 찾아 젊은 감성을 느껴보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동네가 화사해졌어요” 뒤뜰 골목형상점가
후평동 뒤뜰 상권은 코로나19 이후 대학 공동체와의 단절을 겪 으며 상권 자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2024년 9월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러 행사를 직접 기획하며 상권에 추억이 있는 옛 단골과 시민들을 끌었다. 한 자리에서 오래 영업한 토박이 상인들이 힘을 모아 ‘사람 냄새 나는’ 상권을 만들어 가고 있다.

뒤뜰 상인회는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계기로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야외 골목에서 벌어진 잔치에 시민 수 백명이 몰려 공동체 의식을 다졌다.

물리적 결속력이 강한 전통시장과 달리, 소상공인들은 자연 발생한 상권에 몰려있어 공동체 의식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골목형상점가 지정 이후 소통과 협업이 더 끈끈해졌다. 뒤뜰 골목형 상점가 상인들은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상권’으로 성장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체에서 출발한 만큼 뒤뜰 상인들은 단단한 네트워크로 뭉쳤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이후 동네를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 춘천시는 상인회 요청으로 가로등을 재정비하고 야간 유도등을 설치해 늦은 시간까지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춘천시에서 지원받은 수목 색동 피복(가로수의 월동을 위해 설치하는 보온 장비)을 상인들이 직접 설치하며 동네를 화사하게 바꿨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까지 직접 기획하며 숨죽였던 상권이 활기를 찾게 됐다.
이런 변화는 상권 활성화로 직결됐다. 뒤뜰 골목형상점가 내 카페 업종의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11월 기준 4,511만원으로, 1년 전 (3,853만원)과 비교해 658만원(17.1%) 늘었다. 매출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756건에서 1,858건으로 102건(5.8%) 증가했다. 특 히 주중보다 주말 매출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상권으로 재편된 것이다.
김지영 뒤뜰 골목형상점가 상인회 사무국장(살루떼베이커리 대표)은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계기로 상인회라는 경제 협력체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진화하고 있다”며 “뒤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 거리를 확대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상권으로 거듭나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