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시평생학습관 양재실은 매주 수요일이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가위질 소리로 분주하다. 희망나누미 양재봉사단 ‘양사모 (양재를 사랑하는 모임)’가 기증용 고무줄 바지를 만드는 날이다. 작업대 위에는 원단과 실, 고무줄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회원들은 익숙하게 재단과 재봉을 나눠 맡고 손을 맞춘다. 바지의 형태가 잡히고 허리에 고무줄이 들어가면 완성품이 한쪽에 차곡차곡 쌓인다.
‘양재(洋裁)’는 재봉틀과 바늘, 실을 활용해 옷이나 생활 소품을 만들고 수선하는 작업을 말한다. ‘양사모’는 춘천시여성회관 양재 수강생 모임에서 출발했다. 수업에서 배운 기술을 개인의 취미로만 남기지 않고 지역에 보탬이 되는 활동으로 넓히면서 2006년 본격적인 봉사단의 틀을 갖췄다. 운영 방식은 자립적이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와 봉사단체 지원금을 더해 제작에 필요한 원단을 마련한다. 활동 초기에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가방 제작 등 자원 순환 방식의 봉사도 시도했다.
현재 양사모의 주력 활동은 기증용 고무줄 바지 제작이다. 이유는 실용성이다. 프리사이즈라 체형에 구애받지 않는다. 입고 벗기가 쉬워 거동이 불편하거나 환복이 어려운 이웃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완성된 바지는 소외계층, 요양원, 사회복지센터 등 수요처로 전달된다. 양사모는 ‘받는 사람이 실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꾸준히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다. 양사모가 매년 기부하는 고무줄 바지는 1000여 벌 이상이다.

정기 활동은 매주 수요일이다. 평생학습관 수업이 없는 기간에는 화·수요일로 활동을 늘려 작업한다. 보통 24명가량이 참여해 6시간 동안 20벌 이상을 만든다. 기관 의뢰가 들어오면 제작량을 늘리기도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바지는 곧바로 일상에서 쓰이는 물품이다. 양사모는 바느질이 튼튼한지, 마감이 거칠지 않은지 수시로 확인하며 완성도를 지킨다.
양사모의 기술은 특별한 프로젝트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춘천소방서 의뢰로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보조배터리 보호용 파우치를 제작했다. 두껍고 단단한 소재 특성상 작업이 까다로웠지만, 회원들의 숙련된 손으로 마무리했다. 파우치는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등에 전달돼 호응을 얻었다. 양사모는 봉사활동 실적과 활동 내용으로 2023년 2분기 춘천시자원봉사센터 우수 봉사단체로도 선정됐다.
김순영(67) 단장 겸 총무는 양사모가 지켜온 방향을 ‘지속성’으로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손으로 만드는 일이기에 최대한 돕고 싶다”며 “고무줄 바지는 누가 입어도 편하니, 필요한 곳에 꾸준히 보탤 수 있어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양사모가 지향하는 바는 단순하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돕는 일이다. 재봉틀 위를 지나는 바늘땀은 옷의 솔기만 잇지 않는다. 이 선(線)은 지역의 필요와 봉사의 손길을 연결하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안락하게 만드는 선(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