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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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1

2026-02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겨울철 얼음낚시터 집중관리 현장
빙어의 도시 춘천,
얼음 위에서
겨울을 낚다.





며칠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월 9일 오후 2시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 얼음낚시터. 

이곳은 수 십년째 얼음낚시 ‘성지’라 불릴 정도로, 겨울철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강태공들로 북적인다. 


주말을 앞두고 서울과 경기도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낚싯대를 드리운 채 얼음 아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구멍 앞에 쪼그려 앉아 입질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고, 텐트 안에서 컵라면을 나누며 밤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얼음판 위의 풍경은 축제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이 겨울 풍경은 늘 조건부다. 얼음 위에 남긴 쓰레기는 봄이 되면 그대로 강으로 흘러 들고, 해빙기가 시작되면 단단해 보이던 얼음은 가장 먼저 위험해진다. 춘천시는 해마다 현 장 계도에 나서지만, 해빙기 얼음판에 오르지 않는 선택은 결국 시민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빙어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지촌리에서, 평일 낮 얼음판에 서 본 하루를 기록했다. 



 

“오늘은 그래도 좀 덜 춥네.” 

얼음판에 내려선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장갑 속 손가락이 얼얼 해졌지만, 옆 텐트에서 들려온 말은 달랐다. 체감온도 영하 10도. 며칠 전부터 이어진 강추위 덕분에 강은 ‘꽝꽝’ 얼었고, 사람들은 그 위에 의자를 놓고 낚싯대를 폈다. 얼음 위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알집처럼 뚫려 있었다. 알록달록한 텐트 안이 궁금해 고개를 들이밀자, 낚싯대와 소형 장비들이 빼곡히 놓인 작은 작업실이 펼쳐졌다. 멀리서 나무 썰매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직접 만든 썰매에 아이를 태운 가족이 얼음판을 가로질렀고, 반려견과 함께 나온 시민도 눈에 띄었다. 동면 장학리에 사는 한재근 씨는 8살 딸 지인이와 단둘이 낚시를 나왔다고 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는 동안 아이는 아버지 곁을 바짝 붙어 걸었다. 


해가 기울 무렵, 얼음판 위 텐트는 하나둘 더 늘어났다. 금요일부터 ‘빙박’을 하러 온 이들이었다. 작은 텐트 안에서는 난로를 두고 손을 녹였고, 바깥에서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었다. 얼음 아래에서는 작은 은빛 물고기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몸 길이는 10~14cm다. 몸은 가늘고 긴데 옆으로 납작하다. 온몸에 은빛이 돌고 몸 속이 훤히 비친다. 등은 거무스름하고 배는 하얗다. 주둥이는 뾰족하고 입이 작다.








빙어는 ‘얼음 물고기’라는 뜻이다. 너른 저수지나 댐에 사는데 겨울이 되어야 볼 수 있다. 한겨울에 얼음장 밑에서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헤 엄쳐 다닌다. 찬물에 살아서 여름에는 물 속 깊은 곳에서 지내다가, 물이 차가워지는 겨울에 수면으로 올라온다. 겨울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몸집을 불린다. 봄이 되면 여울을 거슬러 올라와서 알을 낳는다. 어미는 알을 낳고 죽는다. 빙어는 본디 바다와 강을 오가면서 사는 물고기다. 사람들은 1920년대부터 빙어를 잡아다가 기르려고 커다란 저수지와 댐에 풀어 놓았다. 그래서 저수지와 댐에 살게 되었다.



얼음판 한쪽, 접이식 의자에 혼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이가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양승우(70) 씨는 20년째 겨울마다 춘천을 찾고 있다. 양 씨는 원래 바다낚시를 다니지만, 겨울만 되면 얼음판으로 나온다고 했다. 이 일대는 지류 구간이라 수심이 비교 적 낮아 기온이 떨어지면 얼음이 빨리 어는 편이고 차로 한 시간 반 이면 닿는 거리라 당일치기 낚시 하기에도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잘 될 때는 하루에 수백 마리도 올라와요.” 잡은 빙어는 집에 가져가 튀김으로 해 가족과 나눠먹을 계획이라며 웃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김부기(63)·최선옥(55) 씨 부부가 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이곳 저곳 낚싯대 끝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좀 나오나요?”, “내일까지 바람이 세다던데요” 같은 말을 건넸다. 누군가 빙어를 건져 올리면 박수를 쳤고, 수고 많다며 인사를 나눴다. 그 모습은 낚시터라기 보다 오래된 동네 풍경에 가까웠다.

 

“오늘은 사전 답사예요.” 

부부는 며칠 전 화천 평화의댐을 둘러봤지만 아직 얼지 않았다고 했다. 지촌리는 얼음이 비교적 잘 잡힌 듯해, 다음 주에는 장비를 챙겨 다시 올 계획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얼음이 비교적 빨리 얼고,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곳. 이유는 달랐지만, 겨울이면 사람들은 다시 지촌리 얼음 판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몰린 이날 지촌리에는 낚시객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춘천시청 하천관리팀과 현장 직원들이 2인 1조로 얼음판을 오가고 있었다. 얼음낚시는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리 없이 방치할 수 있는 활동도 아니다. 춘천시는 사북면 지촌리(현지사 앞) 를 비롯해 신포리, 원평리, 고탄리 등 의암댐·춘천댐 상류 지역 주요 얼음낚시터를 중심으로 매년 겨울 순찰 및 계도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관련 법규상 단속과 처벌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는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단속반은 ‘ㄱ’자 모양의 자를 들고 얼음판을 오가며 구멍마다 얼음 두께를 확인했다. 얼음은 최소 20~25cm 이상이어야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본다. 이날 지촌리의 얼음 상태는 기준을 웃돌았다. 직원들은 텐트를 돌며 불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밀폐된 공간에서 등유 난로 사용 시 이산화탄소 중독 위험을 안내 했다. 유난히 크게 뚫린 얼음 구멍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린이가 빠질 수 있다며 주변 낚시객들에게 정리를 요청했다.



얼음판 가장자리에는 ‘쓰레기는 가져온 만큼 다시 가져가 주세요’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촌리에는 공식 쓰레기장이 없다. 쓰레기장이 생기면 그곳에 두고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신 현장에서는 각자가 가져온 것은 각자 되가져가는 원칙을 반복해서 알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부기 씨는 환경감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사람이다. 그는 얼음판 위에 놓인 비닐컵과 담배꽁초를 가리키며, “얼음 위에 버려진 것들은 봄이 되면 눈 녹는 물과 함께 그대로 강으로 내려간다”며 걱정했다. 


지촌리 강가에 놓인 공식 시설은 세 칸짜리 이동식 화장실 하나 뿐이다. 마을 자치회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큰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공무원들은 매일 현장에 나와 얼음판을 살핀다.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의 계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음판 곳곳의 안내와 기록은 시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한겨울의 얼음판은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2월 중순 이후 낮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겉으로 보이는 두께가 같아도 한겨울의 얼음과 해빙기의 얼음이 버틸 수 있는 무게는 전혀 다르다. 낮에는 녹고 밤에는 다시 얼기를 반복하면서, 얼음 내부에 물길과 공기층이 생기기 때문이다. 빙판이 갑작스레 주저앉거나 깨지는 사고가 해빙기에 집중되는 이유다.


해빙기 얼음낚시는 작은 신호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모닥불이나 난로 사용은 얼음을 약하게 만들고, 뚫어 둔 얼음 구멍 위로 물이 차오르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 구멍으로 물이 역류하는 현상은 빙판이 이미 가라앉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춘천시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를 해빙기 안전 계도 기간으로 정하고, 얼음판 출입 자제를 집중적으로 안내한다. 필요한 경우 얼음판 일부를 깨 접근 자체를 막는다. 해빙기에는 얼음판에 오르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 수칙이다.


이상일 춘천시 건설과장은 “소방서와 경찰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순찰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며 “해빙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하천 환경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빙어낚시의 계절은 길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얼음판은 가장자리부터 풀리고, 텐트와 구멍은 다시 물로 채워진다. 얼음 위에서 보낸 하루는 추억으로 남지만, 그 위에 남긴 것들은 봄물이 되어 강으로 돌아간다. 빙어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춘천의 겨울은 즐거움과 책임이 함께 놓인 풍경이다. 얼음은 해마다 새로 얼지만, 그 아래 흐르는 강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해빙기에는 얼음판에 오르지 않기  

▶ 차량·자전거 절대 진입 금지  

▶ 야간·시야 불량 시 출입 자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