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이가 만난 봄내 청년 ③
"방황하니까 청춘이다!"
지난해 20대 실업률은 9.5%. 2014년 9%에 진입한 뒤로 5년째 내릴 줄 모르는 눈치다. 청춘이란 푸른 봄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아직 오지 않은 봄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한다. 먹고살기 위한 아르바이트와 취업 기준을 맞추기 위한 어학 시험. 스펙을 쌓기 위한 어학연수와 대외활동.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지는 이 굴레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외래종이었다. 황소개구리처럼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닌 이름도 없이 사라질 외래종이었다. 첫 학기는 F 학점이 두 개, 학사 경고의 문턱까지 갔다. 19년간 이름 없이 살아온 외래종의 ‘이름 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올해 취직 준비에 접어든 이민수(26) 군의 자기소개서 첫 문단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두고 ‘이름 없는 외래종’이 라고 부른다. 사회를 겉돌기만 할 뿐 꿈 없이 살던 삶이었기 때문이다.
“순종적인 성격이었어요. 불만 없이 사회 분위기에 순응하며 살았죠. 그래서 관심도 없던 과에 점수 맞춰 입학했고, 학점은 바닥이었어요. 첫 학기 성적표에 새겨진 알파벳 F 두 개. 그 충격이 방황의 시작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모두 하고 살기로 다짐했다. 사회인 밴드에서 막내 드러머로 활동하고,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EIDF 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건설 현장 일용직, 축제 스태프, 호프집 서빙, 웨딩촬영 등 셀 수 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보았고 도의원 후보의 수행비서 및 담당 사진가 활동까지 했다.
“친구들과 영상 프로덕션을 창업한 적도 있어요. 밴드와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음향 감독으로 참여했죠. 계약서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일하고 돈을 못 받은 적도 있었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하루 안에 오가며 촬영하기도 했어요. 영상 업계와 청년 창업의 밑바닥을 제대로 겪어봤죠.”
누군가는 그의 방황을 두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혹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없다며 정신 차리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방황이 소중했다고 말한다. 이름 없는 외래종이었던 그가 점차 삶의 윤곽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니 점점 알게 됐어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말이에요. 때마침 찾아온 동화책 녹음 봉사. 그게 제 이름을 찾아줬어요.”
목소리가 좋다는 평을 들어본 적은 없었기에 모르고 살았다. 그러나 장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녹음 봉사를 하며 발성과 발음을 교정하니 목소리에 대한 호평도 잦아졌다. 아나운서라는 꿈. 그 꿈은 오랜 방황 끝에 찾아왔다. 먹이 사슬 속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던 외래종은 5년 사이에 이름을 찾고 사회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그는 ‘KTV 국민방송’의 국민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직책은 아나운서. 누군가는 단순한 대외 활동이라 생각하지만,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회다. 취업 준비를 하느라 도전이 두려울 법도 한데 무서울 것 없어 보이는 그의 행보에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막 갖게 된 꿈을 어떻게 믿고 나아갈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의 답은, 어쩌면 방황하고 있는 20대들에게 큰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기엔 너무나도 힘들게 얻은 꿈이죠. 고민할 시간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행동하는 것. 그게 제가 방황 끝에 얻은 가장 큰 결과물 아닐까요?”
글 김화랑(봄내 청년기자·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