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춘천의 한 빵집에 독특한 크루아상이 등장했다. 붉은 줄무늬와 푸른 장식이 어우러진 이 빵의 이름은 ‘소방관 빵’. 한 달간 한정 판매한 메뉴였지만, 빵에 담긴 이야기와 온기는 지금까지도 여운을 남기고 있다.
소방관 빵은 지역사회 안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부산에서 일가족이 화재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를 지켜보며, 용석진 춘천소방서장은 “화재 초, 기초 소방시설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춘천소방서는 시민과 함께 사회 안전망을 만들기로 하고, 기부형 공동 프로젝트 ‘소방관 빵’을 해답으로 내놨다. 이후 지역 상생형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기 위해 파트너 제과점을 공개 모집하고, 지역사회 기여 의지, 위생 관리, 상품화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그 결과, 꾸준한 나눔 활동으로 공감을 얻어온 ‘자유빵집’이 최종 파트너로 선정됐다.

소방관의 아이디어와 제빵사의 기술이 만나 탄생한 크루아상 위 붉은 줄무늬에는 소방차와 소방호스가, 그 위에 얹힌 푸른 장식에는 불길을 잡는 물줄기가 담겼다. 시민들이 빵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소방’과 ‘안전’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맛있는 기부’다. 춘천소방서는 판매한 소방관 빵의 수익금을 모두 화재 취약 가구를 위한 ‘주택 안전 4종 세트(자동 소화 패치, 자동 소화 멀티탭, 분말소화기, 단독 경보형 감지기)’ 구매에 쓸 계획이다. 지원이 시급한 가구를 선정하고, 초기 화재 대응력을 높이는 안전용품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이 사 먹은 빵 한 개가 이웃집 현관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 상자’로 되돌아온 셈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어디서 ‘소방관 빵’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문의가 이어졌고, 춘천소방서의 한 부서에서는 시상금으로 빵을 구매해 동료들에게 나누며 ‘기부 릴레이’를 만들었다.
용석진 춘천소방서장은 “친숙한 빵을 통해 안전 의식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소망했다”며 “민간과 시민이 함께 만든 지역 상생형 사회공헌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판매는 끝났지만, 소방관 빵이 남긴 메시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춘천소방서는 중소기업과 연계한 안전 물품 기부,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상권 연계 안전 캠페인 등 협력의 폭을 넓혀 지속 가능한 지역 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비전을 세웠다. 빵 하나에 담아냈던 이웃 사랑과 안전 의식, 그 따스한 온기가 춘천의 안전 공동체로 번져 또 다른 상생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