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경 선수(붉은색 유니폼)는 부산에서 열린 2025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진제공 강원도민일보)
한동안 주춤했던 대한민국 레슬링이 부활의 싹을 틔우고 있다. 특히 강원체육고등학교(이하 ‘강원체고’) 레슬링부 유망주들의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1992년 창단한 강원체고 레슬링부에서는 남화우 감독, 임준호 코치(그레코로만형), 이주남 코치(자유형)의 지도로 17명(남 16명·여 1명)의 선수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이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25년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세 개를 쓸어 담았다. 8년 만에 맛본 금메달인 동시에 최고의 성적이었다. 남화우 감독은 “전임 감독들을 비롯해 코치진이 기반을 잘 다져온 덕분에 메달권 선수층이 탄탄해졌고,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슬링에는 폭발적인 힘과 격렬함이 필요하다. 그만큼 훈련량도 많고 힘들기로 유명한 종목이다. 선수들은 주로 오후에 단체·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몸풀기부터 러닝, 구르기, 기술 연습, 스파링 등으로 이어진다. 새벽·야간 훈련은 선수 개인의 의지에 맡기지만, 대부분이 자율 훈련에 참여할 만큼 적극적이다.

임준호·이주남 코치는 10년 이상 강원체고 레슬링부를 지도하고 있다.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집중력’이다. 이주남 코치는 “격한 동작이 많은 만큼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곧바로 승패로 이어지고, 다칠 수도 있어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맞춤형 훈련으로 선수의 실력을 향상시킨다. 임준호 코치는 “개개인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해 한명 한명 지도한다”며 “기술을 가르친 후엔 긴장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훈련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남화우 감독은 “손 동작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준다”며 두 코치를 칭찬했다.
열혈 지도자들에겐 훌륭한 선수들이 따르는 법. 전국체전 77kg급 그레코로만형 금메달리스트 최태경(17) 선수가 이 중 하나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강원체중 양궁부에 입학했지만, 성적 하락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근력 훈련에 빠져 양궁에 불필요한 근육이 늘었고, 당시 레슬링부 룸메이트가 놀이하듯 기술을 가르쳐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최 선수는 중1 하반기에 레슬링부로 전향, 중3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최 선수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고 더 나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 중간에 서서 멋지게 세리머니하겠다”며 웃었다.
‘홍일점’ 이지현(16) 선수는 61kg 자유형에서 2025년 종합선수권 금메달, 전국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남자들 틈에 훈련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 법도 한데 “그래도 재미있어요!”라며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다음 목표는 전국체전 금메달이다. 이 선수는 “후회되지 않게 매일 열심히 훈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레슬링은 개인 종목이지만, 지도자들과 선수단 모두 강원체고 레슬링부의 가장 큰 장점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주장 임대웅(17) 선수는 “몸을 부딪치는 종목인데다, 다 같이 힘든 운동을 해서 가족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됐다”며 “이대로 다치지 않고 꾸준히 훈련해서 다 같이 좋은 성적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 왜 시작했는지 기억하라!’ 훈련장 벽에 걸린 문구다. 지금도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훈련하고 있을 강원체고 레슬링부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