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정착의 길 찾는 춘뿌리 김진영 대표
춘천 정착을 꿈꾸는 청년들이 서로를 ‘○뿌리’라 부르며 만나는 커뮤니티가 있다. 이름은 춘뿌리다. 이름 그대로 지역에 “함께 뿌리내리기”를 약속한다는 뜻에서, 나이나 직업 대신 ‘춘천 청년’이라는 동질적 상황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호칭을 선택했다.

이 커뮤니티를 처음 만든 이는 춘천으로 이주해 온 김진영 대표다. 이주 청년으로서 그가 가장 어려웠던 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같이 밥 먹을 친구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고, 지역 정보를 찾는 일도 막막했어요.” 이런 경험이 바로 김대표가 춘뿌리를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춘천은 정말 매력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역에 청년들이 잘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오래 고민했고, 저는 그 해답이 청년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관계라고 봤어요”
춘뿌리의 활동은 김대표의 말처럼 청년들 간의 관계 형성과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계절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라 진행된다. 봄에는 소풍으로 청년들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주고, 여름에는 힐링캠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가을에는 활동적인 운동회로 팀워크를 다지고, 겨울에는 ‘춘뿌리 어워드’로 한 해의 기억과 성장을 함께 기념한다. 이벤트 사이사이에는 생활 밀착형 소모임과 멘토링을 이어 가며 참여 동력을 잃지 않도록 설계했다. 김대표의 이런 전략은 춘뿌리가 춘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청년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정착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춘천의 대학에 다니지만 타 지역 거주 탓에 졸업 후 돌아가려던 청년이 춘뿌리를 계기로 춘천에 남은 사례가 있고 우연히 행사에 참여했던 외지 청년이 공동체의 매력에 끌려 춘천으로 완전히 이주한 경우도 있다.
작은 관계에서 시작된 마음의 변화가 거주·취업·생활의 선택으로 확장되는 순간들이다.


매년 가을에 개최하는 ‘춘뿌리 운동회’
지역 청년정책과 관련해 김 대표는 말한다. “취업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관계 중심 커뮤니티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봐요” 그는 청년 모임 지원을 리빙랩과 연계해 생활 속 문제를 스스로 발굴·해결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분명하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청년마을을 꿈꾼다. “물리적 공간을 갖춘 커뮤니티 거점을 조성해 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며 육아와 돌봄, 자기계발을 함께 이어 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비슷한 상황의 청년들이 스스로 생활 안전망을 구성하게 되면 걱정과 고립은 줄고, 정착의 뿌리는 더 단단해질 거예요”지역도 이런 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 9월 춘천시는 김대표의 노력에 감사함을 표하며 표창패를 수여했다. 김대표의 실천은 변화를 서서히 만들고 있고, 그 성과는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같은 춘천 청년의 입장에서 ‘길뿌리’(김대표의 예명)가 써 내려갈 다음 페이지도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