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이 맴맴
글 윤나래
춘천에서 활동하는 윤나래 동시집 『내 마음이 맴맴』을 읽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가을을 “여름방학이 끝나고 전학 온 ‘폴’이라고 부르며 수영을 잘 하는 썸머도 멋있지만 솔직히 폴에게 홀랑 넘어간 거 같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시선이 사랑스럽다(「가을은 폴」). 시집 곳곳에는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뚜둥 하고 영상이 시작’된다(「뇌플릭스」), 몸통이 해체된 생선 대가리의 빠끔거리는 입이 ‘마음’ ‘마음’을 외치는 순간(「막썰어 횟집」)처럼, 재치와 상상력이 빛나는 구절이 가득하다. 사람, 사물 심지어 귀신까지 포착하는 작가의 시적 세계는 한번 펼치면 쉽게 덮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무엇보다 비닐봉지가 스브락 즈브락 ‘발 없는 새’가 되는 구절에서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떠올리는 독자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젊은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과 발칙함이 가득담긴 『내 마음이 맴맴』. 강력히 추천한다. 재미 보장!
출판사 퍼플
금액 11,600원

눈이 지나간 자리
글 김한숙
김한숙 작가의 표제작인 『눈이 지나간 자리』는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깊은 애도와 기억의 흔적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작가는 실제 가까운 이웃들의 죽음을 직접 겪으며, 남겨진 자의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계절 변화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애틋함과, 지나간 자리를 응시하는 시선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김한숙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연의 언어와 예술 간의 대화가 두드러지며, 춘천이라는 도시를 배경 삼아 소멸된 생태, 개인의 기억,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눈이 지나간 자리』는 우리 모두가 가끔은 사라진 존재를 떠올리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를 선사한다.
출판사 이오리북스
금액 14,000원

광주리
글 안병규
춘천에서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안병규 작가가 새 소설집 『광주리』를 펴냈다. 이 작품은 의암호를 품은 춘천시 서면 일대 여러 마을이 주요 배경이다. 표제작 「광주리」 속의 주인공 명월댁은 반려견 독구와 함께 산다. 이 책에 실린 중·단편들은 노동, 가족, 노년, 고독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춘천의 방언과 토속적 정서를 살려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늙은 개의 헐떡임, 고추 말리는 마당, 버스가 한참 뒤에나 오는 시골 정류장의 풍경이 차분한 리듬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우리 시대 춘천 사람들의 아리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감성 보따리이기도 하다”라는 평이 무슨 뜻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년의 작가가 풍자하는 초고령 사회와 가족붕괴 현실을 읽어 내리다 보면 문득 안부 전화 한 통 넣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엄마...’하고 읊조리게 된다.
출판사 문학공감
금액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