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를 연고로 뛰는 춘천시민축구단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밖에서도 지역과 함께 뛰느라 일 년 내내 불철주야 움직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믿고 행동한다. 시민과 이어지고지역 청년과 자라나는 이야기를 들으러 춘천시민축구단을 찾아가 봤다.
9월 10일 수요일 오후, 송암스포츠타운 보조경기장을 찾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가을하늘이었지만, 기온이 30도까지 올라 1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지난주 강릉에서 열린 2025 K3리그 23라운드에서 강릉시민축구단을 4대 2로 이긴 춘천시민축구단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강릉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건 2년 만이었다. 최근 강릉시의 가뭄으로 인한 재난 상황으로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됐음에도 경기 내내 팽팽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레오, 김도형, 이동현, 김기현 선수의 골로 결국 승리를 거머쥔 것.
선수들이 다 모이자 워밍업 운동을 하며 호흡을 끌어올렸다. 이날은 건국대학교 축구부와 연습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자 전술을 지시하는 고함과 선수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소리, 공 차는 소리까지 더해져 경기장은 생동감으로 넘쳐났다.
보통 선수들은 매일 훈련에 매진한다. 오전에는 개인 훈련과 치료, 오후에는 전술 훈련과 연습 경기까지, 하루일과가 빼곡하다. 평일 낮에 송암 경기장을 찾는다면, 훈련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춘천시민축구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구단명에 ‘시민’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아마추어 시민들이 뛴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춘천시민축구단은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3리그(세미프로) 소속으로, 선수들은 단순한 동호회가 아닌 정식 계약과 연봉을 받으며 뛰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다.
매년 선수들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올해는 2006년생 20살부터 37살까지 총 34명의 선수가 뛰고 있다. 그중에서도 맏형을 맡고 있는 박선용 선수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올해는 춘천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2012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면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 선수는 포항, 아산, 목포를 거쳤고 FC목포에 있을 땐 K3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자신을 ‘고참’이라 말하는 그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저를 조금 어려워하지만, 제가 채워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믿고 저를 불러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이 떨어질 거라는 시선이 있는데, 그걸 깨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죠. 은퇴 전에 리그 통합 우승을 해 보는 게 목표입니다.”
박선용 선수
춘천이 낯설지 않은 김도형 선수는 2022년 처음 춘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감독님을 믿고 왔습니다. 전술적으로도 잘 맞고, 환경도 훌륭하거든요”라며 팀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특히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요. 25세 이하 선수가 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그러면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고참 형들이 잘 끌어줘서 밸런스가 잘 맞아요” 공격수인 그는 늘 공격 포인트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한다. 이번 시즌 목표는 몇 개의 골과 도움을 보태 팀 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
김도형 선수
춘천시민축구단은 2010년 창단되어 K4리그에서 뛰다가 2022년 종합 3위를 해 K3로 승격됐다.
지역사회와도 꾸준히 호흡해 왔다. 춘천의 각종 지역 축제에 참여해 시민에게 구단을 알리거나, 관내 대학 외국인 유학생을 초청해 홈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이런 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2024 K3, K4리그 어워즈에서 ‘플레이 투게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바탕으로 수여한 상이었다.
또 구단의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바로 대학생 마케터다. 관내 대학에서 선발된 10여 명의 학생들이 사진 촬영, 영상 제작, SNS 콘텐츠 제작, 보도자료 작성 등 전반적인 홍보를 맡고 있다. 구단 SNS와 미디어 콘텐츠 운영은 바로 이 대학생 마케터가 주도한다. 매 경기를 리뷰해 구단 SNS을 통해 공유하는데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한다. 그 열정을 이어 학교 졸업 후 구단의 직원이 된 사례도 있다. 올해부터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도입해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구단의 이재준 운영팀장은 “춘천시민축구단은 단순히 경기만 치르는 팀이 아니라, 지역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시민들과 호흡하는 구단입니다.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고, 학생들과 함께 구단을 만들어가는 이 활동 자체가 저희의 정체성입니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전용 구장도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7년부터는 3부리그(K3리그)에서 2부리그(K리그2)로의 승격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내 축구에서는 프로(K리그1,2) 간, 세미프로(K3,4리그) 간, 아마추어(K5,6,7리그) 간에만 승강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프로-세미프로, 세미프로-아마추어간에는 승강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게 2년 후부터는 가능해지는 것. 이는 프로축구가 출범한 1983년 이후 44년 만에 승강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시행 방침에 따라 K3리그 팀이 K리그2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K리그 클럽 라이선스와 해당 시즌 우승 조건이 필요하다. K리그 클럽라이선스는 경기장 시설, 사무국 인력 규모, 유소년팀 육성 등 여러 부문에서 구단이 프로팀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항목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에 춘천시민축구단이 향후 좋은 성적을 내 2부리그로 가기 위해 춘천시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협동조합 형태인 구단 운영 시스템을 개편해 구단 운영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정비해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 각종 축구대회 유치, 생활체육 연계 등 축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민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춘천시민축구단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