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의 명물 ‘공짜로 먹는 과자 집’
온의동 풍물시장 5일장. 시장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과자 가게를 지나던 사람들이 가게에 둘러서서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과자를 먹고 있다. 이런 진풍경이 익숙해진 탓인지 주인 이영재 씨(58)는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는다.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공짜로 먹는 과자 집’으로 유명하다.
벌써 29년째 이런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씨는 “한두 개 먹는 것, 맛보는 것까지도 거절하고 싶지 않아서 개방을 하다 보니 이제는 아예 소문이 나버렸어요”라고 말한다. 이 씨는 손님들이 거저먹는 과자가 일일 평균 매상에 5%를 넘을 것이라고 계산한다. 먹고 싶어서 먹는 거야 괜찮지만, 어느 손님은 눈치를 살피며 슬쩍 주머니에 넣고 가는 모습을 볼 때는 기분이 좀 씁쓸하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과자를 사간 손님이 과자 속에 치아가 들어 있었다며 강원도 위생과에 허위 신고를 해서 애를 먹었지만, 이 씨가 다니는 여러 5일장 중에도 강원도 사람들은 본성이 착하고 정이 깊어서 춘천장이 제일 좋고 정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갓 서른 살에 처남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장사 수완을 익혔고, 곧바로 시작한 것이 과자 가게다.
경기도 오산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이 씨는 춘천을 비롯 한 성남 모란 시장, 용인, 화천 등 5일장이 서는 곳이라면 그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5일장뿐만이 아니라 그의 상품은 마트에도 납품되고, 소매점에도 도매로 물건을 대준다. 5일장들이 오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새벽 4시면 자동차에 상품을 싣고 출발해야 하고, 화천 5일장은 춘천 장날 바로 다음 날이라, 춘천 장을 마치고 나면 바로 화천으로 넘어가야 한다. 장사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의 경우 부지런해서인지 잘 되는 편으로 하루 매상이 250여만 원이라고 자랑한다.
고되기는 하지만 열심히 뛰어다녀 32평형의 아파트도 마련했고, 자식 사남매가 모두 대학까지 마치고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고생한 보람이 있단다.
이 씨는 큰 가게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은 없고, 건강이 따라 주는 한 지금처럼 5일장을 다니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며 소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