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춘천 의암호에서 여름을 난 이들이 있다.
‘해수욕’ 대신 ‘호수욕’*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춘천이 수상 레저 스포츠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도 알아보자.
* 호수욕: 호수와 해수욕을 합친 합성어로 바다 대신 호수에서 즐기는 물놀이
각 인터뷰 사진: 본인 제공
송화진(춘천 후평2동, 69세)
저는 3년째 매주 주말마다 의암호로 달려가요. 패들보드의 매력에 빠졌거든요. 전에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의암호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강 위에서 산과 시내를 바라보니 색다르더라고요. 내가 노를 젓는 대로 움직이는 게 재밌고,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풍경에 감탄하기 바빠요. 춘천에서 이런 취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게 행복입니다. 요즘은 클럽 회원끼리 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의암호의 쓰레기도 줍고 있어요. 보드를 타면 코어 힘이 길러지니 체력도 좋아지고, 쓰레기 줍는 봉사도 할 수 있고, 취미도 즐기니 일거양득이지요.
조윤호(경기 고양시, 29세)
2년째 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기고 있는데요. 같이 취미활동을 하는 동료들이 춘천에서 열리는 딥워터 솔로잉*에 놀러 가자고 해서 10명이 함께 송암을 찾았답니다. 일단 입장권도 저렴하고 행사장에 페스티벌 노래가 계속 나오니 휴가 온 기분이 나더라고요. 음식도 맛있고 수영 가능한 공간이 따로 있어서 이틀 내내 정말 재밌게 놀다 왔습니다. 클라이밍 운동 자체가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운동인데 거기에 물을 결합하니 재미가 극대화됐어요. 클라이머들의 휴양지로 떠오를 것 같아요. 내년에도 꼭 가려고요!
* 딥워터 솔로잉: 바닷가의 절벽이나 물 위 인공암벽에서 로프 없이 등반하여 완등 후 또는 추락 시 물속으로 떨어지는 클라이밍 행사
방철원(춘천 후평1동, 50세)
윈드서핑은 오직 바람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레저 스포츠에요. 바람을 잘 받으면 속도가 50km까지 나가기도 하는데, 물 위라 속도감이 배로 느껴져요. 또 의암호를 내 발밑에 두고 달리는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답니다. 넘어져도 물에 넘어지기 때문에 다치지 않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안전하고요. 저는 10년 전, 윈드서핑 무료 강습을 들었다가 지금은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가족과 함께 타기도 하는데, 춘천의 산과 호수가 배경이 되어 아내가 보드를 타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답니다.
신지혜(춘천 효자1동, 44세)
춘천에서 열리는 행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아이가 여름방학 동안 새로운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찾아보다가 의암호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하게 됐어요. 실제 물속에서 배우는 생존수영은 접하기 어렵잖아요. 수영장에서 배울 수 없는 현실감 있는 교육이라 특별했어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 발버둥 치기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체온 손실을 줄이고 서로에게 힘을 주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강사님의 말이 인상 깊었답니다.
김라온(춘천 우두동, 13세)
작년에 아빠가 먼저 수상스키를 배우셨는데 재밌어 보여서 저도 시작했어요. 저는 수상스키를 타다가 웨이크보드로 바꿨답니다. 지금은 제가 아빠보다도 잘 타요. 보트가 빨라서 처음엔 무서웠는데 선생님들이 잘 알려줘서 지금은 재밌게 타고 있어요. 얼마 전 수상스키·웨이크보드 전국대회에도 나가 초등부 3등을 했어요. 프로 선수님들과 같은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답니다. 웨이크보드를 쉽게 탈 수 있는 춘천에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이상옥(춘천 동면, 56세)
저는 매년 여름이면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타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4년 전 아이들과 함께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재밌어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운동을 좋아해서 승마, 골프, 스키도 평소 즐기는데 수상스키는 유일하게 물 위에서 하는 운동이라 특별해요. 처음엔 두 발로 타다가 한발로 타기 시작하고, 그다음에는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타게 되는데 많이 넘어지기도 해요. 많이 넘어져 봐야 실력이 는답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시에서 하는 아카데미를 통해 저렴하게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춘천에서는 호수도 놀이터가 된다
매주 의암호에서 패들보드를 타며 쓰레기를 줍는 송화진 씨, 춘천 ’딥워터 솔로잉‘ 축제가 전국 클라이머들의 성지가 될 거라는 조윤호 씨, 의암호에서 실전 생존수영을 배운 신지혜 씨, 윈드서핑으로 10년째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방철원 씨, 매년 여름휴가를 의암호에서 나고 있는 이상옥 씨, 춘천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김라온 어린이까지.
최근 의암호를 중심으로 수상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춘천레저·태권도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3년 전부터 레저 교육사업을 시작하면서 여가 생활의 폭이 넓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조직위가 최근 4년간 취합한 수상 종목 누적 참가자는 3만 2천여 명에 이른다. 이는 춘천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수치다. ‘춘천사람이라면 1인 1레저’를 목표로 노력한 결과다.
이처럼 춘천에서는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패들보드, 카누 등의 종목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 경험해 보고 재미를 느꼈다면 유료 수업을 신청해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데, 바로 조직위에서 운영 중인 아카데미(호수에서 즐기는 수상 레저 스포츠를 포함한 총 14개 종목 운영 중)를 통해서다.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매년 열리는 춘천국제레저대회는 한번 열리고 마는 행사에서 연중 상시 대회가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어 춘천 곳곳에서 레저스포츠를 관람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1년 내내 누구나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인 셈이다.
레저 스포츠의 중심에 우뚝 선 춘천
이런 환경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게 아니다. 춘천은 오래전부터 수상 스포츠의 메카였다. 수상 스포츠 선수들은 훈련 시설, 경치, 수질 등 모든 면에서 춘천의 환경이 우수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1990년대 전국 수상스키 선수권 대회를 춘천에서 치렀고, 지금도 엘리트 종목은 의암호에서 경기를 연다. 또 2010년 제1회 월드레저대회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16년째 꾸준히 열리며 레저 스포츠의 도시로 성장해 오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레저 스포츠 기반을 바탕으로 춘천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지난해 7월 시 소속 수상스포츠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창단하자마자 열린 전국체육대회 및 여러 대회를 휩쓸며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대회에서는 유지영 선수가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제38회 전국 수상스키, 웨이크스포츠 대회에서 선수 전원(유지영, 하지윤, 김유진, 주시아)이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제 춘천에서는 어릴 적 레저 스포츠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프로 선수가 되는 상상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기만 했다면, 한 번쯤은 호수에 뛰어들어 누비는 춘천 라이프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
* 춘천레저스포츠캐릭터 영달이(수‘영’하는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