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독서모임 ‘조각’ 이야기
“우리가 읽는 이 한 줄이, 딸의 마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에요.”작은도서관 ‘까루’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네 명의 시니어가 책을 펼치고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는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조각’이라는 이름으로 독서모임을 열고 책을 매개로 삶을 나누고 있다. 미리 읽어오는 숙제도 없다. 서로의 목소리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문장들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작은 문장 하나라도 누군가의 세계를 넓히고 삶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각’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우리의 삶 또한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는 것과 같으니까요.” 회원 안순영 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책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자식 세대의 고민과 생각을 책으로나마 더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읽었던 젊은 작가의 에세이 속 한 구절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이 우리가 나이 들어 겪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책을 읽으며 딸의 마음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었죠.”
(왼쪽부터) 김선희, 안순영, 유테레사, 김경숙 님이 함께 토론하는 모습
처음 모임을 만들 때는 ‘이 나이에 새롭게 시작해도 될까?’라는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우리 나이가 될수록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욱 소중해져요.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하루가 마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아요.”
책을 덮고 나서도 회원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방금 읽었던 문장과 닮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위로와 공감을 나눈다. “우리가 살아온 삶 자체가 한 권의 책이라고 자주 생각해요. 이렇게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이 더해져 또 다른 책 한 권을 써 내려가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조각’ 회원들은 춘천 시민들에게 따뜻한 진심을 담아 응원을 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기 쉽잖아요. 하지만 용기를 내 문을 열고 나오면,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책을 매개로 만난 친구들과 서로의 삶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환해지고 삶이 더욱 깊고 풍성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우리의 작은 시작이 춘천 시니어들이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마음을 열 수 있는 따스한 불씨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작은도서관에서 함께 읽는 한 줄의 문장이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그렇게 오늘도 시니어 독서모임 ‘조각’은 조용하지만 깊고 단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