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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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38

2019.3
#봄내를 품다
오늘이 된 미래 3
하늘을 나는 자동자(P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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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과 손오공의 흰 구름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우리에게 4층 교실이 배정되었다. 그렇게 높은 곳은 처음이었다. 화창한 날이면 우리는 날개 달린 걸상을 타고 창밖을 날아다녔다. 꿈은 실현되었다. 눈썹이 허연 산신령이 ‘흰구름’을 타고 나타났다. 손오공이 일어나 ‘권두운’을 타고 사라졌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 우리는 흰머리가 많은 창민이를 산신령이라고 불렀다. 손오공은 호곤이 녀석의 별명. ‘흰구름’, ‘권두운’은 드론과 플라잉카로 운송사업을 하는 에어택시 회사 이름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PAV : Personal Air Vehicle)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독일이 제작한 볼로콥터(2인승)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하늘에서 살고 있다. 어제도 고층아파트에서 잠들지 않았던가. A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T층을 눌렀다. T는 꼭대기 (Top)라는 뜻. A씨는 옥상 승강장에서 드론을 타고 출근한다. 이제 도시인의 출근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후년에 우 주호텔이 발사되고 인테리어를 마치면 3년 후인 2022년부터 본격 우주여행 시대가 열린다. 인간은 자꾸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인 1926년, 자동차 왕 헨리 포드(1863~1947)가 63세 생일날 1인 승 플라잉카 포드 플리버(Ford Flivver)를 선보였다. 해리 브룩스가 이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잠시 후 추락한 해리 브룩스는 사망했다.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지만 꿈은 지속되었다.


오늘날 ‘창 밖을 날아다니는’ 기술은 보편화되었다.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한 드론의 승용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술개발은 이미 끝난 상태에서 현실 적용을 위해 테스트 중이다. 보험, 법률, 교통시스템,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 사람들의 의견 조합 등이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저고도 비행에 대한 교통관리도 필요하다. 플라잉카는 싱글모드(항공기처럼 날기만), 듀얼모드(도로 주행하다가 비행), 수직이착륙(어디든 이착륙 가능)의 세 종류로 나뉜다. 드론, 소형 헬리콥터, 날개접이 자동차 등 다방면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우디가 만든 자율주행 플라잉카 '팝업 넥스트'. 비행과 도로주행을 할 수 있는 항공택시를 이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두바이에서 시작되는 항공택시


만성적인 도로정체로 골머리를 앓아온 두바이는 ‘미래도시’ 프로젝트의 한 부분으로 도시교통의 30%를 자동운항 장치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 2월, 두바이에서 세계 최초 항공택시(AAT : Autonomous Aeriel Taxi)가 시험비행을 마쳤다. 사람이 타지는 않았다.


중국 업체 이항(億航)의 자율주행 드론 ‘이항184’였다. 최대 시속 160Km(평균 시속 100Km), 체중 100Kg 까지 탑승 가능한 1인승 드론이다. 배터리로 약 30분간 비행한다. 조종간 없이 터치스크린으로 목적지 입력 후 움직이는 완전 자동 시스템. 5개월 후인 7월부터 정식운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일까? 4분기로 미루어졌다. 게다가 기종이 독일 항공기 제작업체 이볼로의 볼로콥터(Volocopter 2X)로 바뀌었다. 볼로콥터는 2인승. 두바이 교통 당국은 기종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우선은 특정 구간만을 셔틀 형태로 운행한다. 작년 2월 광저우에서 플라잉카가 경쾌하게 날았다.


이항이 개발 중인 2인승이다. 지난 1월 22일, 보잉은 버지니아에서 비행택시 ‘우버에어’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연내 도심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상용화 예정.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그보다 빠른 2022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싱가포르는 올해 볼로콥터의 도심 시범운행 에 들어간다.


미국 헬리콥터 업체 벨은 승객 4명과 조종사가 타는 ‘넥서스’를 공개했다. 내년 시험비행, 2023년 상용 예정. 미국 테라퓨지아는 전기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변형되는 제품을 내년에 선보인다. 3km 상공에서 프로펠러로 비행(최대 비행거리 644km), 도로에서는 날개를 접고 달린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자동차 제 조사 아우디 등이 2023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원래 항공기 엔진 전문업체였던 영국 항공기 엔진 전문업체 롤스로이스도 가세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라리 페이지는 플라잉카 개발업체인 오프너, 코라, 키티 호크에 잇따라 투자했다. 체코 헬리콥터제조사 니르바나는 비행과 도로주행을 할 수 있는 2인승 자이로 드라이브를 개발했다. 지상 시속 40Km, 공중시속 177Km.

러시아 호버서프는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호보바이크를 만들었다. 지상 5m 높이에서 시속 96Km로 날아간다. 내년 두바이 경찰에 납품, 현장에 투입한다. 이렇듯 기술력을 지닌 많은 기업이 플라잉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제 본지 편집회의를 하러 구비구비 고개를 넘고 터널을 지나 강다리를 건너 좌회전 후에 직진하고 우회전했다가 네거리 빨간불에 서 있다가 다시 출발하여 언덕을 오를 필요가 없다. 두 점 사이 가장 가까운 거리인 직선을 따라 잠시 날아가면 그만이다. 더구나 ‘운행비용이 낮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렇게 인류는 이티(ET)처럼 보름달을 배경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글 김진묵(본지 편집위원 ·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편집장 등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접고 오랜 세계 여행 끝에 춘천에 정착함.

클래식 재즈 국악 인도음악 등 다양한 방면의 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흑인 잔혹사>외 8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