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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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5

2025-08
#트렌드춘천 #봄내를만나다
2025 제2회 복숭아 페스티벌
복숭아의 계절, 춘천이 달콤해진다


여름이 깊어가면 춘천 들녘에는 달콤한 향기가 퍼진다. 햇살을 머금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복숭아가 계절의 정점을 알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땀과 정성으로 키운 복숭아의 달콤함을 함께 나누는 축제가 찾아온다. 복숭아가 가득한 과수원에서부터 축제 현장까지, 춘천의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순간들을 미리 만나본다.


춘프리카* 라고 불리는 춘천의 8월은 햇살이 뜨겁다. 하지만 그 열기만큼이나 달콤하게 무르익는 것이 있다. 복숭아다. 매년 이맘때면 춘천의 복숭아가 제맛을 낸다. 올해도 춘천 복숭아의 향긋한 맛을 함께 나눌 복숭아 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복숭아들을 미리 만나보기 위해 지난 7월 10일 대룡산 자락에 자리한 즐거운 농원을 찾았다.


아침 7시 동내면의 복숭아 과수원. 땅 가까이로 숙인 나뭇가지마다 복숭아들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복숭아에 씌운 노란 봉투마다 태양빛이 닿자, 알전구가 켜진 듯 과수원 전체가 반짝였다. 핑크빛, 노란빛 복숭아의 껍질,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복숭아를 따는 농부의 손길이 어우러진 풍경은 여름의 생명력 그 자체였다.


*춘프리카: 춘천과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춘천지역의 극심한 폭염과 찜통더위를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


축제의 시작은 과수원에서부터

이곳의 주인은 춘천 동내면 신촌리에서 2001년부터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선주영(51) 씨. 춘천복숭아연합회 회장인 그는 24년 차 베테랑 농부다. 총 6천 평 규모의 과수원을 아내와 둘이 돌본다. 농가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복숭아는 사람 손을 많이 타요. 해 뜨기 전부터 상태를 확인하고, 솎아주고, 가지를 묶어줍니다” 선주영 씨는 복숭아 나무 아래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복숭아는 한 나무에 너무 많은 열매가 달리면 크기가 작아지고, 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적정한 시기에 솎아내는 작업이 필수다. 대부분의 농사가 그렇듯, 손이 많이 간다.


복숭아 농장에서는 시기별로 차례차례 수확 할 수 있도록 여러 품종을 심는다. 보통 6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신비복숭아 같은 천도복숭아류가 이 시기에 나온다. 7월부터는 딱딱한 복숭아를 수확한다. 복숭아를 수확하기 전에는 며칠 전부터 싸둔 봉투를 열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해를 잘 받고 큰 열매들은 ‘볼 빨간 복숭아’로 변하면서 상품 가치도 높아진다.

나무 그늘 한 점 없이 끝없이 이어진 과수원에서 선 회장 부부는 하나하나 손으로 복숭아를 돌려가며 색을 살폈다. 그 손길을 따라가 보니, 분홍빛 복숭아들이 여름 햇살을 머금고 둥글게 익어가고 있었다. 복숭아는 햇살을 좋아하는 과수라서 가지 안쪽에 해가 들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그래서 농부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밭을 돌며 모든 가지가 햇살을 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유심히 돌본다. 그늘 쪽은 햇볕을 쐬도록 돌려준다고 했다. 직접 보니 복숭아 농사는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정성으로 만드는 예술품에 가까워 보였다.


과수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말이 있다.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은 복숭아의 맛은 또한 얼마나 좋을까. 선 회장은 그중 잘 익은 복숭아를 두 개 따서 내게 건넸다. 털이 보송보송한 복숭아가 노란 봉투에 쌓여 있었다. 조심스레 베어 문 순간, 혀 끝에 달큰한 여름이 퍼졌다.



직접 맛보고, 고르고, 포장까지 ‘복숭아페스티벌’

이렇게 농부의 손끝에서 완성된 춘천 복숭아의 특별한 맛을, 이제는 축제장에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 춘천시가 오는 8월 2일(토) 호반체육관에서 ‘2025 제2회 복숭아 페스티벌’을 여는 덕분이다. 이 축제의 주인공은 오롯이 ‘복숭아’다. 농가에서 공들여 키운 복숭아를 축제 전날이나 당일 수확하는 산지 직송으로 만날 수 있다. 복숭아 마켓에는 동내면, 신북읍, 동산면 등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춘천 대표 복숭아 농가들이 참여한다. 관람객들은 각 농가가 준비한 복숭아를 시식한 뒤, 갓 수확한 신선한 복숭아를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시중보다 저렴하지만, 당도와 신선도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다. 작년 행사에 참가해 복숭아를 세 박스나 샀다는 김지원(36) 씨는 “춘천산 복숭아가 진짜 맛있는데, 대부분 도매시장으로 보내진다고 들었다.”라며 “축제 현장에 가면 직접 맛보고, 생산자 분의 얼굴을 보면서 사니까 더 믿음이 간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신선한 복숭아를 고르고, 생산자와 직접 소통하는 경험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외에도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축제의 시작은 국악 공연과 OX퀴즈쇼, 마술 공연 무대로 화려하게 열리며, 복숭아의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는 ‘복숭아 박물관’ 전시,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에어바운스, 복숭아꽃 만들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복숭아의 고장, 춘천이 특별한 이유

춘천이 복숭아의 고장으로 불리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지역의 복숭아는 일교차가 큰 기후와 자갈이 섞인 배수 좋은 토양에서 자라,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에 더해 농부들의 세심한 손길과 오랜 재배 경험이 더해지면서, 춘천 복숭아만의 특별한 맛이 완성된다.



춘천에는 현재 260여 곳의 복숭아 농가가 있다. 과일 작목 중에서 복숭아 농가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은, 춘천이 복숭아 농사에 최적지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천중도백도’(말랑 복숭아), ‘유명’(딱딱한 복숭아)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된다. 특히 8월 중순 이후에는 ‘유명’ 품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복숭아를 맛볼 수 있다.


선주영 씨가 농업기술원과 협업 재배 실험 중인 ‘다축수형 복숭아’ 올해로 5년 째다


복숭아 페스티벌, ‘농가와 지역에 희망을 더하다‘

그러나 풍요로운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와 고온 현상, 병해충 증가 등으로 복숭아 품질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선주영 씨는 “농사 지은지 24년 만에 처음 겪는 이상기온현상이었다”며 “그나마 비가 덜 와줘서 다행히도 열매는 예쁘고 달다”고 했다.


고령화와 인력난 역시 농촌의 큰 고민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가족 단위로 새벽부터 밤까지 과수원에 매달려야 할 만큼 일손이 부족하다. 여기에 대형 도매시장 위주의 유통 구조로 인해, 지역 농가가 직접 소비자를 만날 기회가 적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농민들은, 자신이 키운 복숭아를 제값 받고, 시민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건넬 수 있는 자리를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실제로 축제를 통해 복숭아를 맛본 시민들이 단골 손님으로 이어지거나, 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축제를 통해 춘천 복숭아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며, 단골 고객 확보와 지역 농산물 브랜드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품종과 신선도, 그리고 농민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춘천 복숭아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산지 직송과 시식 판매를 통한 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 소득 증대는 물론, 축제 방문객 증가로 인한 지역 상권 활성화, 농촌 체험 관광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한 농가는 “춘천 복숭아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며 “춘천에서 나오는 복숭아가 매년 30만 상자 정도예요. 시민 한 분이 복숭아 한 상자씩 사면 우리 지역에서 전부 소비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춘천 복숭아의 우수성과 지역 농가의 현실, 그리고 축제를 통한 변화와 희망이 어우러지며, 춘천의 여름은 올해도 달콤하게 익어가고 있다.


농부의 정성과 시민의 응원이 만나는 축제, 2025 제2회 춘천 복숭아페스티벌이 지역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