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춘천시 시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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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5

2025-08
#춘천은지금 #봄내를만나다
광복80주년 기념 특집
태극기, 춘천에서 다시 펄럭입니다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범시민운동


시청 로비에 사람들이 몰려든 아침, 시민 수백 명이 까만 손바닥을 태극기에 눌러 찍었다. 흩어지려는 마음을 붙잡아 하나로 엮으려는 시민들의 진심이, 손바닥 도장 하나하나에 담겼다. 한때 분열의 상징이 되기도 했던 태극기를, 이제 ‘우리 모두의 깃발’로 되찾기 위한 춘천의 실험이 시작됐다.


손도장을 찍은 새로운 태극기, 시민의 손으로

7월 17일 아침, 춘천시청 로비는 오랜만에 수백 명의 시민과 단체 대표들로 북적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줄지어 선 시민들은 ‘태극기 달기는 나라사랑의 실천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는 대형 태극기 앞에서 까만 물감을 묻힌 손바닥을 꾹꾹 눌러 찍었다. 가로 8m, 세로 16m의 새하얀 현수막이 시민들의 손도장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대형 태극기는 행사 직후 시청사 외벽에 내걸려, 8월 15일까지 시민과 관광객에게 공개된다.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범시민운동 공동선언식에서 대형 태극기에 손도장을 찍고있는 어린이들

시립국악단의 축하공연


광복 8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행사는 시민과 함께하는 태극기 선양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특히 ‘태극기달기 범시민운동’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는 태극기 게양률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됐다. 춘천시 태극기 게양회에 따르면 3‧1절 기준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태극기 게양률은 2019년 25.3%에서 2025년 10.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언식은 태극기 게양 문화를 되살리고 시민과 행정이 함께 나라사랑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춘천은 왜 특별한가

춘천은 30년 가까이 ‘태극기 게양률 조사’라는 남다른 전통을 지켜온 유일한 도시다. 그 중심에는 이번 행사도 이끈 하재풍 태극기게양회 회장과 춘천시의 오랜 신뢰와 실험 정신이 있었다. 이날 선언식에서 그는 “우리에게 태극기는 경제성장, 민주화운동, 올림픽, 월드컵 등 역사적 순간마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회갈등의 상징이 된 것이 안타깝다”며 “오랜시간 묵묵히 태극기 게양의 의미를 알리고자 노력해왔는데, 시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일회성 캠페인과 달리, 춘천은 시민 중심의 지속적 실천 모델을 만들어온 유일한 사례다.


왜 지금, ‘모두의 태극기’인가

태극기가 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린 시대, 춘천이 그 의미를 다시 묻는다.

춘천시 총무과 성원숙 과장은 “이번 운동은 태극기의 상징을 시민의 손으로 다시 구성해보자는 실험”이라며 “행정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형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지역 단체들과 의견을 나누고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고서영(45) 씨는 “요즘은 태극기를 다는 것조차 정치적 의미로 비칠까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이처럼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방식이라면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태극기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는 매년 2월 ‘국기 날(National Flag of Canada Day)’을 운영하며, 다문화 사회 속 통합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미국 역시 독립기념일마다 각 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춘천의 실험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다시 ‘모두의 깃발’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 춘천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일상 속으로

춘천시는 태극기 달기 문화의 일상화를 위해 실천 과제도 함께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온의사거리에서 봉의초등학교까지 약 1.5km 구간을 ‘365일이 태극기 게양거리로 지정해 상시 게양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태극기 무상 보급 대상도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국가유공자에 한정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관외 전입자, 혼인 신고자, 체류 자격 변경 외국인, 시정 유공 포상자 등을 새롭게 포함시킬 예정이다.



춘천시는 이번 운동을 단발성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민 문화 운동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무료 태극기 보급, 초등학생 태극기 그리기 대회, 역사 퀴즈, 숏폼 콘텐츠 공모전, 차량 부착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에서 시작한 이번 실험은, 태극기를 둘러싼 인식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늘 찍은 손도장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지 모른다.Ⓑ


편집자 주_춘천시 태극기 게양 운동의 역사와 의미는 태극기게양회 하재풍 회장 인터뷰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태극기는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삼일절 등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 국민들과 함께했고, 국제 스포츠 경기의 감동적인 순간에도 빠짐없이 등장하여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끈끈하게 묶어 준 대한민국 공동체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왜곡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태극기의 올바른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던 참에 오랜기간 동안 태극기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시민이 있다고 해서 만나고 왔다. 태극기게양회라는 단체의 하재풍 회장이 그 주인공.


하재풍 회장이 지난 30년간 조사해온 춘천시 태극기 게양률표를 가리키고 있다


하재풍 회장은 태극기 게양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춘천시 태극기 게양률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태극기가 우리 공동체에게 주는 가치를 알리는 일도 더불어 하고 있다.

“저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에게 속독 강의를 해왔어요. 유관순 위인전을 속독하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연히 삼일절 만세운동 부분을 흥미롭게 읽으면서 태극기에 대한 질문을 해왔어요. 그때 선생님과 함께 삼일절에 얼마나 많은 태극기가 게양되는지 조사를 해보자 라고 했던 것이 시작이 되었어요”


태극기 게양률 조사는 일년에 두차례(삼일절과 현충일) 이루어지며, 하회장이 직접 자원봉사자들과 팀을 나눠 춘천시의 기관, 아파트 등을 돌며 조사를 한다. 올해 삼일절에 41개 아파트 단지 2,99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게양률은 11.2%로 전년(12.5%)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춘천시내 곳곳을 돌며 태극기 게양률을 조사하는 자원봉사자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춘천시내 태극기 게양률은 20%를 넘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1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어요. 삼일절과 현충일 모두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니 만큼 우리 시민여러분들도 태극기 게양을 실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춘천시민들에게 태극기 게양의 중요성을 당부하는 하회장. 그가 중심이 되어 3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태극기 게양률 조사에 대해서도 확실한 신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지속적으로 태극기 게양률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는 지역은 춘천시가 유일하다고 했다. 이런 꾸준한 활동 속에서 의미있는 변화도 이끌어 냈다.


“조사를 하다보면 태극기가 거꾸로 게양된 경우도 보기도 하고, 조기를 제대로 게양하지 않은 경우도 보게 됩니다. 게양률 조사는 단순히 수치만 산출하고 게양을 독려하는 것 이외에도 올바른 태극기 게양방법을 알리고 태극기의 중요성을 계도하는 기능도 더불어 있다고 보시면 되요.”


하회장의 노력 덕분에 춘천시의 많은 기관, 학교, 회사 등에서 태극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게양하는 일은 대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도 차츰 이런 활동에 관심이 생겨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에는 ‘춘천시민 태극기 달기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태극기 게양은 작지만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에요. 태극기 게양이라는 활동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시민들이 갖게되면 춘천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면 그동안 이해관계 속 이루어내지 못했던 춘천의 중장기적 발전도 거뜬히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회장이 목표하는 춘천시 아파트의 태극기 게양률은 50%이다. 10% 초중반에 머무는 지금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하회장의 변함없는 노력에 시민들이 화답해준다면 목표도 머지않아 달성하지 않을까? 하회장의 노력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다음달 80주년 광복절에는 춘천의 하늘 아래 많은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기를 기대한다.